연중시기

[창작기도] 어미니 생명의 샘가에 서서

손옥경

어머니 생명의 샘가에 서서 

 

                                              

어머니. 신앙과 겸손의 어머니!

오늘 어머니 모습, 말씀 떠올리며 두 손을 모읍니다.

 

그 옛날 천사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으셨을 때, 되물으셨던 열다섯 어머니.

‘하느님 하시는 일은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천사에게 ‘네’라고 답하신 어머니.

오늘, 공부에 지쳐, 경쟁에 지쳐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열다섯 청소녀, 청소년들과 

이 샘가에 섰습니다. 그 맑은 혜안과 신앙의 물을 저희에게 주십시오.

 

별이 보였을까요. 짚 위에 누워 바람을 맞으며 하늘의 아기를 낳으신 어린 어머니

땅에 집을 두지 않은 아기 덕분에 가난을 옷 입고, 

구세주요, 왕으로 오신 덕에 나귀 등에 얹혀 피난길을 떠나신 어머니.

오늘 가족들의 손을 쥐고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살 집을 찾는 힘들고 가난한 이웃들과 

이 샘가에 섰습니다. 하느님으로 넉넉한, 가난하나 풍요로운 물을 저희에게 주십시오.

 

자기 소리를 따라간 아이! 허둥지둥 찾아 헤매시던 어머니,

찾으셨을 때 감사로 가슴 쓸어내리면서도

안타까움 담아 한 말씀 하셨던 우리 닮은 어머니!

‘제가 그 곳에 있어야하는 줄 모르셨습니까?’

마음의 키를 넘는 답변. 어머니는 그 말을 가슴에 새기셨다지요.

오늘, 하루에도 몇 번씩 울그락 불그락 마음이 파래지는 엄마들과

이 샘가에 섰습니다. 묵묵히 마음에 담는 침묵의 물, 포용의 물을 저희에게 주십시오.

 

술이 떨어진 혼인 잔치! 난감한 신랑신부를 위해 청을 넣으신 어머니

‘포도주가 떨어졌구나’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나의 때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웃의 난감함을 도와주고, 아들의 신성을 알리신 어머니

오늘, 곤란하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서도 주저주저 뒷걸음치거나, 무심한 저희들이

이 샘가에 섰습니다. 이웃을 향한 친절과 사랑의 물을 주십시오.

 

십자가를 따라 걸으신 어머니, 십자가 곁에 서 계셨던 사형수의 어머니.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입니다.’

‘당신의 가슴은 예리한 칼에 찔릴 것입니다.’ 

질타의 뭇 시선, 수많은 웅성거림 속에서도 오직 하나의 신음소리만 들렸을 어머니,

오늘, 크고 작은 사건으로 가슴을 조이며 고통스러워하는 분들과 이 샘가에 섰습니다. 

고통 한가운데서 말씀을 떠올리며 견디신 인내의 물을 저희에게 주십시오.

 

살아나신 기쁨의 아들 예수님, 함께 살고 싶은 예수님

하지만 하늘로 오르시며 이르신 말씀

‘예루살렘을 떠나지 마라 성령으로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 

다락방에서 제자들을 다독이며 기도하신 어머니

두려움으로 조바심으로 안절부절하는 제자들을 바라보시던 어머니.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하신 성령님을 못 믿으며

오늘도 전쟁과 실업, 외로움과 슬픔으로 불안한 세상의 모든 힘겨운 이들과 함께

당신의 샘가에 섰습니다.

평화와 기쁨이 샘솟게 하는 성령의 물을 저희에게 주십시오.

 

하늘에 오르신 어머니 그러나 오늘도 마당 한 곁에 서서, 

우리 마음 한 곁에 서서 우리 위해 기도하시는 어머니, 

오늘, 어머니 닮기를 희망하는 눈 맑은 이들과 함께 당신의 샘가에 섰습니다.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신 말씀대로 그분의 뜻을 살아가는 용기와 신뢰의 물을 

저희에게 주십시오.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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