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5월 13일 조금 있으면 올 텐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요한 16,16).” 5절밖에 안 되는 짧은 복음에 ‘조금 있으면’이란 말이 7번이나 반복된다. 어색하고 눈에 거슬릴 정도다.
그 당시 제자들은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오늘날의 우리는 그것을 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사이의 시간인 그 사흘을 뜻한다. 그런데 예수님이 무덤에서 사흘 만에 되살아나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스승을 빼앗기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주님을 뵌 것이다. 예수님이 언제 다시 살아나셨는지 아무도 모른다. 유한한 여기 삶을 마치시고 본래 계시던 영원으로 되돌아가셨으니 돌아가신 후 예수님께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알 수 없는 걸 알려고 하는 것은 시간 낭비, 정력 낭비다.
예수님은 영원에서 유한으로 들어오셨다가 다시 영원으로 들어가셨다. 우리는 무에서 생겨났지만, 예수님을 통해 참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게 됐고 예수님을 따라 영원한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예수님이 부활하시는데 제자들이 한 일은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모두 하느님이 하신 일이다.
오늘도 우리는 기다린다. 주님의 재림을 기다린다. 모든 걸 아시는 예수님은 ‘조금 있으면’이라고 하시지만 우리는 2천 년을 넘게 기다리고 있다. 천 년이 하루 같은 분이라서 그렇게 말씀하신 게 아니다. ‘조금 있으면’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시는 것이다. ‘너도 바뀔 수 있다.’는 약속이다. 당신이 일하시게 조급하게 안달하지 말고 좀 가만히 있으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입으로만 회개하지 말고 정말로 삶을 바꾸겠다고 마음먹으라고 가르치신다. 주님이 너무 더디 오신다고 불평하지만 그건 핑계다. 실제로 속내는 바꾸고 싶지 않다. ‘조금 있으면’ 그날이 내게도 올 텐데 거짓 불평으로 시간 낭비하면 안 되겠다.
예수님, 제가 아니라 주님이 저를 기다리십니다. 쓸데없는 것에 마음 쓰지 말고 한 가지만 바라보겠습니다. 자유는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선한 것을 선택하는 능력이고, 그것은 주님이라고 다시 고백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직 다 믿지 못하는 저를 위로해주시고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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