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이어폰의 세상
이어폰으로 좋은 음악을 들으며 좋은 감정에 휘감겨 본다. 그런 상태로 주위를 바라보면 모든 게 다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시끄러운 까마귀, 짜증나게 하는 생쥐, 평소 불편하게 느끼는 그 사람까지 모두 친근하게 느낀다. 언제나 그런 마음으로 살면 좋겠지만 내가 마주하는 현실은 참 많이 다르다. 마치 이어폰을 뺐을 때 느끼는 괴리감처럼 말이다.
누구나 내적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면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은 성형수술을 하고 몸을 가꾸어도 매력이 없다. 자연스럽지 않아 오히려 거부감을 준다. 어떻게 나의 내적 인간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을까?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법을 두고 기뻐하고(로마 7,22), 낙심하지 않아 나날이 새로워지는 내적 인간은(2코린 4,16) 성령을 통하여 굳세어진다고 말한다(에페 3,16).
밤에 몰래 예수님을 찾아온 니코데모에게 예수님은 위로부터 새롭게 태어나야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요한 3,3).” 세례가 바로 그 재탄생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님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세례로 받은 은총과 듣고 배운 하느님의 말씀이 어떻게 나의 내적 인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걸까?
이어폰을 잘 꽂지 않는다. 그걸 뺐을 때 겪는 극심한 변화와 내면이 마주하게 되는 큰 이질감이 싫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어폰의 음악이 잠시 만들어준 세상이 환상은 아닐 거다. 정확히 그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은 이어폰 없이도 그런 마음이 되고 그런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말하고 또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어폰의 세상과 현실 사이가 먼 것처럼 나의 내적 인간은 하느님 나라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 사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나는 못하겠지만 하느님은 하실 수 있다. 내가 받은 세례의 은총을 믿고, 듣고 배운 선하고 거룩한 것을 꾸준히 실천한다. 조급한 마음을 경계하고, 실패해도 크게 낙담하지 않는다. 그 대신 늘 하느님께 고마워하며 조용히 지낸다.
예수님, 매년 보는 데도 죽은 것 같은 나뭇가지에서 돋아난 새순은 경이와 감동입니다. 그러니 부활하신 주님을 뵌 제자들이 심정지가 오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주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경이로운 일을 자연스럽게 하시는 분. 제가 바라며 기도하는 것은 박해와 세상의 폭력에서 안전함이 아니라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끝까지 주님의 말씀을 듣고 더 깊이 깨닫는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성모님이 어떻게 생기셨는지 알 길은 없지만 어떤 마음으로 사셨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그 마음으로 주님의 말씀을 듣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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