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자캐오 나무, 광야 체험

예수님께서 유혹을 받으신 지역인 구약시대의 예리코를 떠나

신약시대의 예리코 지역으로 이동했다.

낮은 건물이 드문드문 서 있는 깨끗한 거리를 지나갔다.

 

가로수가 우거진 조용한 주택가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바로 키작은 세관장 자캐오가 예수님을 보려고 올라갔다는 돌무화과나무였다.(루카1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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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나무의 실제 나이는 700살 정도라고 하니

아마도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실 때

이 근처 어디선가 자캐오를 만난 것을 기념하기 위해 후대 사람들이 선택한 나무일 것이다.

커다란 나무 밑동에 모자이크로 예수님과 자캐오의 만남을 그려놓은 돌판이 있었다.

또 예수님은 이 근처에서 소경 바르티매오의 눈을 뜨게 해주셨다.(마르 10, 46-52)

주변의 나무들이 잎이 넓은 온대식물 종류인걸 보아 옛날부터 예리코가 기온이 온화하고,

날씨가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거주했다는 걸 짐작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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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이곳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 중 자신 안에 갇혀 살던 자캐오의 마음의 키를 크게 하셨고,

소경 바르티매오의 치유를 통해서는 영적인 시선으로 변화시키면서 하느님 나라를 가르쳐 주셨구나 생각하니

예리코에 불어오는 바람과 흔들리는 나뭇잎이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자주 오가셨던 신약의 예리코는

AD 68~69년 사이에 예루살렘을 정벌하러가는 로마군대에 의해 무너지는 비운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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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탄 차는 다시 예리코에서 예루살렘 사이에 있는 광야지대로 들어섰다.

둥글고 완만한 구릉이 이어지는 유다 광야는 험한 바위로 이루어진 이집트의 시나이 광야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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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찾아간 첫 번째 장소는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께서 

성령의 인도를 따라 찾아간 광야였다.

이 지역은 우기가 되면 땅속에 스민 물기로 풀이 자라고 작은 꽃들로 뒤덮여

온통 붉고 누런 민둥산이었던 광야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한다고 한다.

우리보다 먼저 순례를 다녀오신 선배 수녀님들은 3월 초에 이곳에 도착하여

온통 꽃으로 덮인 광야의 아름다움을 보았다고 한다.

우리도 약 두주일 정도 늦게 이곳에 왔다면 그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만나는 풍경도 좋았다.

우리는 맑은 하늘 아래로 펼쳐지는 광야를 둘러보며 십자가가 서 있는 꼭대기로 올라가 산을 둘러보았다.

 

이월 중순이지만 우리나라의 봄 날씨 같은 겨울이어서 들판 여기저기에 작은 꽃이 피어있었다.

시편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저마다 우리나라의 봄 같은 날씨를 즐기다가

바위틈에 핀 작은 꽃을 발견하고는 환성을 질렀다.

가파른 계곡으로 떨어지는 가느다란 물길이 보였다.

저 작은 물줄기는 비가 오면 폭포수가 되고, 비 맞은 골짜기는 푸른 풀밭으로 변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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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역을 아랍어로 ‘와디 켈트’라고 하는데

이 뜻은 비가 오면 시내처럼 물이 흐르고 풀이 자라는 골짜기를 의미한다고 한다.

아득히 보이는 계곡 아래로 절벽을 따라 지은 건물이 보였다.

이 건물은 5세기 초 비잔틴 시대에 유대 광야에 세워진 독거수도원 중의 하나로

6세기 말 성 제오르지오의 이름을 딴 ‘성조지 수도원’이었다.

야고보의 원복음서에 의하면 수도원이 서 있는 지역은

성모마리아의 아버지인 성 요아킴이 천사에게 마리아의 탄생을 예고 받은 곳으로

고대에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 마리아께 봉헌된 유서 깊은 성소이다.

또한 이세벨 왕후를 피해 시나이 산으로 달아나던 예언자 엘리야가 지금의 성조지 수도원 근처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리고 다윗이 압살롬의 반역을 피해 광야 길로 도망치던 길도 바로 이 와디 켈트 계곡이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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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조랑말을 탄 아랍인들이 나타났다.
순례자들을 계곡 아래의 성 조지수도원까지 데려다주는 사람들이었다.
이 광야를 며칠이고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 하면서 아쉬운 마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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