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닭울음 성당(베드로 회개 기념 성당)

그리스도교인 들에게 시온 산은 ‘모든 거룩한 장소들의 요약’(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인

예루살렘의 중심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성지이다.

그리고 다윗의 도성을 가리키는 명칭인 시온은 그리스도교뿐만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교도들에게도 중요한 성지로

“거룩한 시온”(하기아 시온)이라고 불린다.

시온 산에 있는 그리스도교 성지는 갈리칸투(닭울음 성전-베드로 회개 기념 성당), 최후의 만찬 기념 성당,

그리고 마리아 영면 기념 성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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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먼저 베드로 회개 기념성당(Church of St. Peter in Gallicantu)를 찾아갔다.

이곳에 있는 베드로 회개 기념성당은 비잔틴 시대 때 처음 세워졌다.

그 후 12세기에 새로 교회가 지어지면서

‘닭 울음 성당’(Church of St. Pietro in Gallicantu)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차에서 내려 걷는 동안 성당 꼭대기에 있는 베드로의 회개를 상징하는 닭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닭 울음 성당이라고도 부르는 베드로 회개 기념성당은

예수님을 심문했던 대사제인 카야파의 집터로 여겨지는 곳에 베드로의 배반과 회개를 기념하여 지은 건물이다.

예수님은 겟세마니에서 이곳까지 끌려와 지하 감옥에서 하룻밤을 지내시고 첫 번째 심문을 받으셨다.

우리는 먼저 닭 울음 성당 옆 전망대에 올라가

시온 산 남동쪽에 있는 키드론 계곡과 게헨나 계곡을 내려다보았다.

계곡 건너편으로 촘촘하게 들어선 집들과 우리가 다녀온 예수님 눈물성당, 겟세마니 동산이 보였다.

오른편으로는 예루살렘 성벽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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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래로 보이는 건물은 ‘하켈트마’, ‘피밭’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이었다.

그곳은 유다가 예수님을 배반하고 받은 돈으로 산 밭 터라고 한다.

유다는 그곳에서 거꾸로 떨어져 배가 터지고 내장이 모조리 쏟아져 죽었다고 기록되어있다. (사도행전 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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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앞에는 그리스도교가 공인 된 후 그리스도교 기념 성전이 있었던 비잔틴 시대의 예루살렘 모형도가 있었는데

그것을 보면서 잡히신 예수님께서 가셨던 장소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지금은 이슬람교도들의 성전이 된 실로암 연못위에 있었던 성당,

골고타와 예수님 무덤 위에 지었던 예수님무덤성당(부활성당),

그리고 ‘벳자타 연못’터에 있던 기념 성전 등…

콘스탄티누스 대제 시대에 예루살렘 성지에 세운 기념 성당 터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 예루살렘에 있던 중요 건물들과 예수님이 잡히시던 밤에 움직이신 거리와 장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대사제 가야파의 집터와 안토니오 요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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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깐뚜 성당 외벽에는 예수님을 줄에 묶어 감옥으로 내려보내는 그림이 모자이크로 그려져 있다.

성당 앞 지하 감옥으로 내려가는 입구 에는 고난 받는 야훼의 종 조각상이 놓여있다.

손을 묶인 채 고통스런 표정을 한 야훼의 종의 시선은 하늘을 향하고 있다.

마치도 아버지를 찾는 예수님의 부르짖음이 들릴 것 같다.

 

성당 안 중앙제대 벽에 그려진 모자이크화는

최고 의회에서 예수님이 심문 받으시는 장면으로 이 성당의 주제를 설명해준다.

 

제대와 신자석 사이에 둥근 구멍이 나 있었다.

이곳으로 예수님을 밧줄에 묶어 지하 물 저장소였던 구덩이로 내려 보냈다고 한다.

성당 앞에 있는 나선형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예수님 시대의 주거지역인 동굴과 물 저장시설, 감옥이 나타났다.

이 지하 동굴 감옥에 예수님이 카야파에게 재판을 받으러 가기 전에 갇혀 계셨던 것이다.

감옥에는 죄인들을 묶어 놓았던 돌기둥이 서있었다.

이곳을 거쳐 간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기라도 하듯 누군가 꽃 한 송이를 갖다 놓았다.

그 작은 꽃은 삭막한 지하 감옥에 한 줄기 바람처럼 산뜻한 위로를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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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밖 계단 옆으로 베드로와 대사제의 집 하녀의 모습을 새긴 조각상이 있다.

병사 옆에 서 있는 하녀의 거듭되는 질문에 당황한 베드로가

점진적으로 더욱 더 강하게 예수님을 모른다고 잡아떼는 모습이 실감 나게 보인다.

자매들은 그 조각상을 보면서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마르 14,30)

그러자 베드로가 더욱 힘주어 장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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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과 함께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결코 스승님을 모른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마르 14, 31)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가지신 주님을 고백하면서도 하찮은 이기심으로 쉽게 그 믿음을 저버리는 불쌍한 나.
주님의 자비 없이 어떻게 그분 앞에 나아갈 수 있을까.
훗날 부활하신 예수님은 세 번이나 거듭된 베드로의 부인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세 번의 질문으로 되돌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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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와 하녀의 조각상 뒤편으로 윗 도시인 예루살렘과
아래 도시인 키드론 계곡으로 이어지는 로마시대의 돌계단이 남아있었다.
예수님은 ‘성목요일’에 시온 산에서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드시고 이 길을 통해 겟세마니로 기도하러 가셨다.
그리고 기도하시다가 율법학자들과 원로들에게 체포되어 다시 이 길을 통해 카야파의 집으로 끌려가셨다.
예수님 당시 예루살렘 성안에 위치했던 이 돌계단은
겟세마니 동산과 예루살렘을 잇는 가장 가까운 길이었다는데
계단 옆으로는 당시의 주거지터가 남아 있었다.

지금은 돌계단으로 바뀌었지만 이천 년 전 그 밤에 예수님의 행적을 기억하고 있는 길,
숱한 적대자들에게 둘러싸여 죄인이 되어 걸었던 예수님의 발걸음을 받아 안은 길.
사랑 때문에 죽음을 향해 가신 예수님의 행적을 품고 있었다.
하나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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