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메갈로 메테오라

푸르고 맑은 아침이 열렸다.

 

오늘 우리가 방문하는 곳은 ‘공중에 떠 있는 방울‘이라는 뜻을 가진 메갈로 메테오라이다.

흔히 메테오라라고 불리는 이곳은 아토스 산의 수도원과 함께 그리스 정교회의 대표적인 수도원으로 알려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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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웅장하고 묘한 암벽 사이 협곡으로 들어갔다. 차창 밖으로 높은 바위에 뚫린 커다란 동굴이 보였다.

드디어, 여기저기 높은 암벽 위에 지어진 수도원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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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차를 타고 여기까지 올 수 있지만,

지형이나 산세로 보아 옛날에는 세상과 떨어져 기도생활에 전념하려는 이들만이 이곳을 찾아 왔음직 하다.

하늘로 치솟은 바위 꼭대기에 수도원이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11세기경으로

대수도원에 속한 수도사들 중 특별한 고행을 하고자 하는 수도사들이 은둔처를 지어 생활하던 데서 유래했다.

 

그 후 13세기부터 수도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14세기 초 아토스의 수도원에 있던 성 아타나시우스가 이곳 암벽 정상에 수도원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은둔 수도자 네일로스가 바위 꼭대기에 4채의 성당을 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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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아타나시우스의 제자인 요아사프가 수도원을 확장한 것이 우리가 보는 수도원의 모습이라고 한다.

16세기는 메테오라 수도원의 번성기로 대 수도원 13개, 작은 수도원이 20여개나 있었는데

18세기쯤부터 쇠락하게 되었다.

그 후 제2차 세계대전과 잇따른 내란으로 많은 수도원이 파손되었다고 한다.

1960년부터 복원작업을 시작하여 현재는 남자 수도원 다섯, 여자 수도원 한 개만 남게 되었다.

 

차에서 내려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높은 암벽 위에 수도원 건물이 서 있었다.

이 거룩한 변모 수도원은 메테오라에서 규모가 제일 오래된, 메테오라 수도원 집성촌의 모원이라고 한다.

까마득한 암벽 위에 수도원을 짓는 것조차 고행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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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음식들을 나르기 위해 이용한 두레박이 달려 있었다.

요즘에는 상징적으로만 달려있을 뿐, 140개의 바위를 다듬어 만든 계단을 통해 출입한다.

 

가파르고 높은 계단은 바위 터널을 지나 수도원으로 통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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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된 난간을 따라 들어간 수도원은 건물의 규모가 컸다.

오래되었지만 잘 관리가 되어 정갈한 수도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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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은 아래에서 보기보다 훨씬 더 안정감이 있었고 생각보다 넓었다. 정원과 별도의 건물까지 있었다.

멀리서 보면 뾰족한 산이라도 정상은 넓고 평평한 것을 상상하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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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안쪽에 있는 종탑은 주변에 있는 수도원을 볼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했다.

또 다른 절벽 위에 서 있는 수도원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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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유명한 이콘 벽화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 수도원의 설립자인 성 아타나시우스와 성 요아사프, 주님의 세례, 제1차 니케아 공의회,

안티오키아의 주교 성 이냐시우스의 순교, 물고기 잡이 기적(요한 21장), 성 바실리우스와 성 아타나시우스,

성 나지안조의 그레고리우스와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예수님의 변모 같은 벽화들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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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의 회랑과 정원, 실내를 기웃거리며 둘러보다가 도서관 분위기가 풍기는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많은 이콘들과 오래된 성경들, 전례 도구, 전례복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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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은 그 옛날 수도사들이 기도하며 만들고 사용하던 것일 게다.
그리고 옛날 수도원에서 사용하던 식당과 주방기구, 살림도구들을 전시해 놓은 장소도 인상 깊었다.
가장 특별했던 곳은 수사들의 유해를 모아 놓은 납골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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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들은 한 사람씩 그곳을 들여다보면서 평생을 이곳에서 살다간 수사들의 삶을 상상하면서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자신의 삶을 생각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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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문명에 길든 오늘의 사람들이 이런 수도원에서 생활하기엔 많은 것이 불편할 것이다.
그렇긴 해도 견고한 수도원 건물과 저절로 기도가 될 것 같은 조용한 분위기,
깊은 고요가 머무는 오래된 자연과 역사가 숨 쉬는 수도원에서 문명을 떠나 얼마 동안 머물고 싶었다.

성스테파노 수녀원
거룩한 변모 수도원을 둘러보고 다시 돌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왔다.
이번에는 또 다른 암벽 위에 세워진 성스테파노 수녀원을 찾아갔다.
원래는 수도원이었지만 지금은 수녀원이 되었는데 성 까랄람보의 이름을 따서 까랄람보 수도원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성 스테파노 수녀원은 메테오라에 있는 다른 수도원들과 비교해 작은 편이지만 가장 잘 보존된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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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 들어서니 발끝까지 내려오는 검은 수도복을 입은 수녀가
잔뜩 경계심을 품은 얼굴로 우리를 지켜보면서 엄하게 사진촬영을 통제했다.
사방 벽을 화려하게 장식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성화들은 아름답기도 했지만 성서에 따른 내용을 가득 담고 있었다.
지금도 새로운 벽화를 그리는 중이었다.
새삼스레 옛날의 성화는 신앙을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글을 모르는 이들의 교리교육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곳에서 유명한 이콘은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 어부들을 부르시는 이야기들이다.
고개를 들고 사백 년 전의 모습을 간직한 성당내부를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우리를 지켜보던, 얼굴만 빼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검은 수도복으로 감싼 수녀가
몇 백년 된 건물 안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그리스어로 전화를 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16세기와 21세기가 소통하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꽤 젊어 보이는 수녀인 것을 보니 오래된 이수도원에 지금도 성소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수도원 성물 판매점에 들러 여러 가지 이콘을 구경했다.
마음에 드는 이콘도 많았고 값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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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스테파노 수도원에서 나와 차를 기다리는 동안
주변에 보이는 기묘한 바위꼭대기에 세워진 수도원들을 바라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다시 차를 타고 신비스런 암벽수도원을 뒤로 하고 협곡을 되돌아 나왔다.
우리는 도로변에 있는 바코스 레스토랑 식당 별실에서 미사를 드리고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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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창밖으로 보이는 커다란 암벽이 방금 떠나온 메테오라 수도원의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메테오라에서 만난 신비스런 풍경과

하느님만을 찾고 살아간 수도자들의 삶을 그리고 있었다.

세상을 등지고 고독 속에서 하느님만을 섬기는 삶을 살았던 초세기 그리스도교인의 신앙을 엿볼 수 있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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