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에페소, 성모님의 집

오늘도 상당히 춥긴 했지만 파란 하늘이 맑았다.

어제 종일토록 우리를 따라다닌 폭설이 이곳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

오늘 첫 번째 방문지는 성모님의 집이다.

 

7세기경 그리스도교 최고의 번성기를 누렸던 에페소에는 그리스도교인의 유적지가 많다.

성모님의 집, 성 요한 성당 등. 이곳 에페소는 바오로 사도의 신학과 성모 신심이 혼합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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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에 의하면 90년경에 사도 요한이 성모님을 모시고 이곳에 정착하여 요한 묵시록을 썼다고 전해진다.

사도 바오로가 50년경 이곳에서 활동하신 것을 전제로 사도 요한이 뒤를 이어 그리스도교 신앙을 확고하게 한 것이다.

바오로사도가 복음을 전한 선교지 중 그리스 지역은 오늘까지도 그리스도교 국가로 남아 있는 것에 비해

오스만 터키가 전파한 무슬림에 의해 그리스도교가 거의 사라진 터키에서 에페소는

성모님에 대한 공경과 함께 그리스도교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으로 의미가 깊다.

에페소의 남쪽에 있는 해발 400미터의 불불산 꼭대기에 성모 마리아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사셨다는 집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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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돌아가신 후에 예루살렘에서 그리스도교 인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자

사도 요한은 성모님을 모시고 에페소로 피신하여 이곳, 크리소스 산자락에 집을 지어 성모님을 모셨다고 한다.

차에서 내리니 주차장 옆 숲에서 햇빛에 빛나는 갈대가 손을 흔들며 우리를 맞이했다.

성지 입구 표지판에 성모님의 집을 발견한 유래를 설명한 글을 읽고 깜짝 놀랐다.

다 읽은 후에야 안내문이 한글로 되어있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어떤 한국인이 애국심을 발휘한 것일까. 아니면 이곳에 오는 한국인 순례객이 많아서 배려한 것일까 궁금했다.

깨끗하게 정리된 길을 따라가니 숲에 둘러싸인 작은 돌집이 있었다.

이곳이 바로 성모님께서 지상 생활을 마치실 때까지 지내셨던 곳이라고 한다.

 

말년에 성모님이 사셨다는 작은 돌집은 고요하고 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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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경당에 모셔진 검은 성모님상 앞에 촛불이 밝혀져 있었다.

실내가 어두운 편이라서 성모님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잘 보니 양팔을 벌리고 우리를 맞아주시는 성모님의 팔 끝에는 손이 없었다. 왜?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또 다른 성모마리아의 삶을 원하신다는 걸 느꼈다.

예수님과 함께 걸으며 세상을 살리기 위한 진통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삶을 탄생시키는 사명을

침묵 속에서 가르치시는 것이다.

 

그곳에서 성지를 관리하는 수도원에서 사용하는 경당으로 이동했다.

벽에 붙어 있는 십자가의 길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간단하게 묵상을 한 다음 미사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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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은 짧은 강론으로 성모 신심의 중요성을 요약하셨다.

“성모님에 대한 신심은 우리에게 일상을 뛰어넘는 신비적 차원에로의 길을 열어준다.

성모신심의 전체적 방향은 ‘예수님께서 하자는 대로 하여라’는 말씀으로 요약된다.

성모님을 더 깊이 알게 될수록 우리는 예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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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 집 앞에 있는 돌담 틈새로 셀 수 없이 많은 기도 쪽지가 꽂혀있었다.

그 쪽지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성모님을 통해 예수님께 다가가며 자신과 이웃을 의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어머니요 여인으로 세상에서 겪을 수 있는 고통의 바닥을 체험하셨고

그 고통을 승화시킨 승리자로서 모든 이의 아픔을 이해하고 쓰다듬어 주시는 우리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 성모마리아.

이스라엘 갈릴래아 호숫가에 있는 베드로수위권 기념성당에 기원의 쪽지를 두고 온 자매는

이곳 돌 틈에도 누군가를 위한 기도 쪽지를 남겼다.

순례 기간 동안 예루살렘에서부터 이곳까지 성모님의 마지막 지상생애와 관련된 성지를 세 군데나 방문하였다.

그렇지만 이곳 에페소 성모님의 성지에서는 신약의 세계가 더욱 가까이 느껴진다.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소박한 집 모양과 화려하지 않은 내부의 겸손함,

그리고 조금은 더 현실감 있는 집 모양 때문인지 모른다.

구약의 역사를 새롭게 시작하신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공경과 신심을 이끌어주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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