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12월 1일(대림 1주일) 버리기

12월 1일(대림 1주일) 버리기

 

또다시 대림 시기 전례력으로 새로운 해의 시작이다. 정해진 날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대림(待臨)을 우리는 구세주 오심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 라틴어 어원은 도착(Adventus)란다. 올 것은 오고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오신다고 약속하신 분은 반드시 오신다. 믿지 않아도 그날은 찾아오고 그분은 오신다. 믿으면 잘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서울시내는 주말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 큰 소리로 외친다고 한다. 그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참 힘들겠다. 그 장면을 보고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 화가 많이 난 것 같다. 정치인들은 말만 그럴싸하고 속셈은 딴 데 있음은 이제 어린 학생들도 아는 것 같다. 창피하지도 않나보다. 이 모든 소음과 소란을 한 번에 다 잠재울 수 없을까?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협의하고 양보해서 합의를 이룰 수는 없을까? 너무 순진한가? 누군가 또 피를 흘리고 가족들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피멍이 들어야 하는 건가? 미움과 비방의 힘을 다른 데에 쓸 수는 없는 걸까? 이사야 예언했던 그날은 언제 오는 걸까? “그분께서 민족들 사이에 재판관이 되시고 수많은 백성들 사이에 심판관이 되시리라.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이사 2,4).”

 

때가 차자 하느님은 이 세상에 사람이 되어 오셨다. 꽉 찬 그때가 왜 그날이었는지는 하느님만 아실 거다. 그날도 여느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고 오늘처럼 시끄럽고 화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 세상 속으로 하느님이 들어오셨다. 한 신혼부부 말고는 이것을 아무도 몰랐다. 오늘은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분이 다시 그렇게 아무도 알지 못하는 때에 오신다는 것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알아도 모르는 것처럼 사는 걸까? 하지만 알든 모르든, 믿든 안 믿든 그날은 반드시 온다. 알고 믿는다면 준비하고 기다린다, 하느님 편에서.

 

구세주 예수님, 마라나타! 주님 빨리 와달라고 청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그러려면 모범답안을 찾는 마음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한 의지를 따르려는 결심해야 합니다. 그전에 먼저 제 안에 있는 쓸데없는 분노와 미움, 사람들에 대한 기대와 서운함을 내다 버려야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을 가르쳐주시고 그것을 행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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