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태근-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17] 바간에서 만난 윌리

“윌리를 찾아라”

읽어보셨나요?

빨간 줄무늬 티셔츠에 털모자를 쓴 뚜벅이 여행족 윌리

머리카락 보일까봐 꼭 꼭 숨어있는 그 윌리를

새우눈 부릅뜨고 위아래 좌우로 스캔하며

오랜 시간 공들여 찾았을 때

그 쾌감이란…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윌리를 찾았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윌리가 나를 찾았다.

그런데 윌리가 누구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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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간은 한국으로 치면 경주에 해당될까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사원과 함께 세계 3대 불교유적지로

5000여 개의 사원과 불탑이 있던 불교 문화 그득한 곳이죠.

그러나 13세기말 몽골의 침입과 1975년 대지진으로 인해

많은 문화유적이 소실됐다네요.

그렇지만 현재에도 2500여 개의 사원과 불탑이 도시 전역에 흩어져 있어서

여전히 황금불탑의 도시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혹시 이 시 아시는감?

섬진강 시인이라 불리는

김용택 시인의 “지구야” 라는 시 말이요..!!

‘지구야 덥다, 겁나게 덥다’ 하며

더워서 쓸수 있는 모든 표현을 모두 모아 적은 시

 

그런데 지금 요기

정말 무쟈게 덥다

“이런 날씨라면 아주 미미한 생각의 흔적마저 증발해 벌리고 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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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본 냥우 시장에서 수많은 불탑이 장관을 이루는 바간의 핵심 지역까지 가는길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답니다.

뙤약볕 곱하기 땡볕 더하기 불볕 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니

당최, 우째 그 명소를 간단 말인가~ 고심..고심

자전거는 아닌거 같고…

그래, 자전거에 동력을 단 전기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있어 냉큼 빌려 탔습니다.

내 몸의 동력을 덜 사용하면서도 환경보호에도 도움될 전기 자전거~

그런데 이 바이크는 보조 전력 공급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아주면 그 동력으로 에너지를 확보하고

그 만큼을 보통의 오토바이처럼 가는 것이기에

틈만나면 페달을 돌려야 하는 불편한 진실이…

그런데 앞서 얘기했지만 지금 더워죽겠는데…

 

그래서

그래서

그냥 하염없이 페달은 안밟고 기존의 자전거에 있는 동력에만 의존했답니다.

 

그 다음

이렇게 멋진 풍경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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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의 일몰이 그렇게 유명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다들 찍는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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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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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결국은…

돌아오는 길에 글쎄 자전거 완전히 방전 됐지 뭐예요.

 

다소 페달을 밟았으나

충전이 쉽사리 되지 않고

그래, 열심히 힘껏 더더욱 페달을 밟았더니

아 글쎄 체인마저 떨어져 나가버렸다는—-

오 마이 갓!

 

여기 가로등이 있길 하나, 도로가 번듯하길 하나, 도로 표지판이 있길 하나…

흙길에 뭐 하나 보이진 않고

듬성듬성 동물들이 지나가다 뱉어버린 배설물들 하며~

이것 참, 낭패로다…

 

얼마를 더 가야 하는지 통 감이서질 않던 찰나에…

육군 병장 김병장

제대하여 예비군에 민방위까지 섭렵한 김병장인데

악으로 깡으로

그 밤 터덜 터덜 걷다 뛰다 반복하던 그 찰나에…

저 멀리서 한 줄기 빛이 비쳐옵니다.

 

그러더니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섭니다.

그리곤 수줍은 미소의 한 청년이 다가옵니다.

그가 바로 “윌리”입니다.

 

나의 등대가 되어 준 그는 자초지종을 듣고선

능숙한 솜씨로 빠져버린 체인을 감고

어디서 났는지

튼튼해 보이는 노끈으로 그의 오토바이와 제 자전거를 묶더니 이내 달리기 시작합니다.

 

집에 도착해서 알았습니다

저 친구 아니었으면 오늘 집에 못 왔겠다 싶더군요.

빠른 속도로 왔는데도 족히 한 시간은 넘게 걸렸기 때문입니다.

 

흥분! 감동! 감사! 기쁨!

 

줄 하나에 매달려 다시 돌아오는 그 길에

그가 입은 셔츠에 구멍이 난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숙소까지 바래다 준 그 친구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깨끗한 셔츠 몇 장 들고 나왔습니다.

“다 가져도 돼..”

 

그런데 그 친구

멋진 카우보이 네 명이 새겨진 노란색 티셔츠 한 장 만 고르더군요.

(그 셔츠 베트남에서 산 중국산 셔츠랍니다. 스리랑카 편에 보면 비슷한 성격의 셔츠가 있는데..)

고작 셔츠로 되겠어… 뭔가를 더 줘야 하는거 아니야… 하며 주섬주섬 더 챙기려는데

받는 걸 불편해 하는 모습에 되려 제가 미안했습니다.

으례 댓가를 지불해야만 하는 문화에 익숙해져서일까요.

 

저도

댓가를 바라지 않는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그저 그 순간이 행복한 그런 나눔을…

 

안타깝께도 그의 사진은 없습니다.

소중한 건 사진으로 남길게 아니라 마음으로 간직할 것이기에…

 

중요한 것은 많은 구경거리를 차곡차곡 쌓는 것이 아니다.

그러다보면 종잡을 수 없어져 시시콜콜한 밑바닥에만 집착하고

전후의 다른 요소들은 하나둘씩 놓치기 십상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존재하는 것들과 우리사이,

사물과 우리사이의 관계를 형성하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수 많은 길을 발견하는 것…

말하자면 우리가 본 것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

 

나는 ‘꼭 봐야 할 곳’을 선택하기 보다는

나 자신이 이끌리고 정복되고 물들어가는 대로 놔두고 싶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떤 장소 혹은 미소가 내 눈 앞에서 나타나기를 원했다.

 

이번 여행에 동반한 책 한 권, 크리스틴 조디스 저『미얀마 산책』

 

바로 그 내용처럼 지금 내가 기억하는 건

바간의 황홀한 일몰이 아니라

칠흙같은 어둔밤에 한 줄기 등불이 되어 준 윌리입니다.

그렇게 바간에서 멋진 추억을 담고 이제 저는 만달레이로 향합니다.

 

그전에, 미얀마에 종종 보게 되는 풍경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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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통행인에게 공짜로 제공되는 물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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