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기필코 찾아내시는 주님
회개는 정말 어렵다. 넘어져 다쳐 아파하고 속상해하며 조심하지 않은 걸 후회하는 것과는 다르다. 회개는 마음을 바꾸는 것이고, 세상 사는 방식과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새 냉장고가 들어오면 오래된 냉장고는 미련 없이 버린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새로운 계명을 지키기로 했으니 옛날 생활방식과 마음을 폐가전제품처럼 자신 안에서 치워버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데 그렇게 안 된다. 바오로 사도의 회심이 위대해 보인다. 성인은 마음을 바꾼 후에는 그 이전 것들을 모두 단지 옛것이 아니라 해로운 것으로 여겼다(필리 3,8).
예전에 그것들은 성인에게 이로운 것들이었다(필리 3,7). 기계는 부품을 갈아 끼우면 새것처럼 되고 컴퓨터에 다른 프로그램을 넣으면 그전과는 전혀 다른 일 벌어진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아니 그럴 수 없다. 위대한 성인 바오로도 회심하고 세례를 받은 후 곧장 예루살렘의 사도들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 그 후 3년이 지나 예루살렘으로 가서 베드로를 만났다(갈라 1,17-18).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폐가전제품은 버리면 그만이지만 아무리 눈물을 흘리며 굳게 결심해도 옛 습관은 그대로 남아있다. 바오로 성인도 이런 것 때문에 괴로워했던 것 같다. 자신을 줄곧 찔러대는 가시를 없애달라고 주님께 세 번이나 청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안 되자 오히려 그걸 주님의 은총을 받는 자리라고 여겼다(2코린 12,7-9). 예수님도 회개하라고 크게 외치셨고 우리가 회개하게 하시려고 목숨까지 바치셨다. 정말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회개하지 않으면 망한다. 영원히 망한다.
예수님, 주님은 착한 아흔아홉 마리 양들은 광야에 내버려 둔 채 말 안 들어 헤매는 한 마리 양을 찾아다니십니다. 그 녀석을 찾을 때까지 주님은 기쁘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꼭 백 마리를 채우시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똑같은 결심을 또 하고 희망을 가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마음을 바꾸게 도와주시고 유혹을 피하게 이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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