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4일 충만함
얼마 전 방송에서 한국의 카루투시안 수도자들의 일상을 보여줬다. 뭘 보여줄 수 있었을까? 인기 있던 템플스테이나 수도원 체험도 시들해진 것 같다. 사람들은 그런 곳에서 무엇을 보러 어떤 것을 하러 갔을까?
수도자들이라고 매일 성가만 부르고 식탁이나 모임에서 종교적이고 아름다운 대화만 하지 않는다. 깊은 관심을 갖고 사람들의 세상살이를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일하시는 성령님을 찾으려고 한다. 하느님은 성당이나 감실상자 안에 갇혀 계실 수 없는 분이다.
안드레아는 예수님을 따라갔고 하룻밤을 함께 지냈다. 그리고는 그분이 메시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며 그의 형 시몬에게도 소개시켰다.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요한 1,41).” 그는 무엇을 보았길래 하루 만에 그런 고백을 하였을까?
여행은 목적지보다는 동행하는 사람이 훨씬 더 중요하다. 좋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즐겁고 충만하다. 안드레아는 예수님에게서 그런 충만함을 느꼈을 거다. 템플스테이와 수도원 체험에서 사람들이 실망하고 불평하는 이유가 그 충만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안드레아가 그랬고 다른 성인들이 그랬듯이 그것은 건물이나 제도가 아니라 하느님 안에 있고 예수님 안에 있다. 그분은 사람들 가운데 계시고 그 사람 안에서 그와 함께 일상을 사신다. 새로운 것을 찾아 멀리 갈 필요 없다.
예수님, 안드레아가 보았던 것을 저도 지금 여기서 봅니다. 그가 느꼈던 그 충만함을 느끼며 은총에 은총을 받습니다(요한 1,16). 세례로 받은 은총이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그런데도 미성숙함과 잘못 만들어진 제 삶의 법칙들이 여전히 저를 유혹하고 괴롭힙니다. 그럴 때마다 그 충만함을 찾고 그 안에 머무르며 두렵고 떨리지만 제 길을 막아서고 있는 그것들을 똑바로 쳐다봅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넘어가야 할 길을 계속 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재채기 말고는 저절로 되는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거창하고 영웅적인 노력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하느님의 약속을 신뢰하고 세례 때 받은 은총의 힘을 믿고 용기 내어 한 발 한 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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