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12월 31일

이종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12월 31일

 

초등학생이 되기 전에 벌써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안 계신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성탄 전날 밤 산타 할아버지를 꼭 보고 싶은 마음에 깊은 잠에 들 수 없었는데, 부모님들이 내 머리 맡에 선물을 놓아주시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진실을 아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것과 함께 꿈과 설렘 그리고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동기가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 마음 한 쪽이 서운해졌던 것 같다.

 

하얀 수염에 뚱뚱하고 굵은 목소리의 산타 할아버지는 안 계신다. 그러나 그런 분이 계시다고 믿는 것이 잘못일까? 어리석은 결단일까? 착한 일을 많이 하면 선물을 한 아름 안겨 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선물을 거의 주지 않으시는 분이 계시다고 믿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어떤 철저한 무신론자가 어느 날 성덕이 높으신 추기경님에게 면담을 요청해서 자신의 무신론을 주장하려고 하였다. 약속대로 그분의 집무실에 들어갔는데, 그분이 창밖 먼 곳을 바라보고 계셔서 그 무신론자와 그분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런 뒤에 그 추기경님이 뒤돌아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혹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뜬금없는 그분의 이런 질문에 그 무신론자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돌아와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껏 그렇게 두려운 질문은 처음 받아봤다고 한다.

 

우리는 하느님을 모른다.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하느님의 모습은 매우 작지만,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그보다 훨씬 크다. 하느님은 말씀으로 우주만물을 만드셨는데, 바로 그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사셨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와 함께 사신다고 우리는 믿는다. 우주의 생성원리이고, 만물의 운용의 원리이시며, 최고의 사랑이고 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신 하느님의 외아드님이신 예수님이 바로 그분이시다.

 

그분의 제자들은 그분과 함께 먹고 마시며 만져보았다고 증언했다. 우리 삶의 목적이고 완전한 인간의 모범이신 그분이 그들과 함께 사셨고, 그들은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분이 오늘도 우리와 함께 사신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셔서(요한 1,14) 우리에게 은총에 은총을 더해주시는(16절) 그분이 우리와 함께 사신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 눈으로 그분을 볼 수는 없지만 그분이 우리와 함께 사시며 우리도 당신처럼 완전한 인간이 되게 이끌어주신다고 믿는다면 뒤떨어진 사람이 되는 걸까? 진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안 믿는 것보다 믿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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