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순례의 끝 (주님 공현 대축일)

이종훈

순례의 끝 (주님 공현 대축일)

 

대통령과 그 주위 사람들 때문에 몇 달째 나라가 온통 시끄럽습니다. 믿고 싶은 않은 소식들이 사실로 밝혀지고, 그를 지지하고 변호하는 사람들의 억지 주장과 행동을 보고 그들의 수준을 알 수 있어 더욱 괴롭습니다. 저런 사람들이 나와 이 나라를 통치해왔고, 힘들어도 그들을 믿고 따랐던 시간들이 너무 억울하기 때문입니다. 권력의 사유화, 소통 절대 부재, 지도자로서의 자격부족 등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나와 나라를 위해서 봉사해줄 사람이라고 여기면서 선택했고, 선택된 그와 그의 사람들을 믿고 따랐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실망을 넘어 참담함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그들의 태도는 반성과 사과는 거의 없고 계속되는 거짓증언과 속임수로 오직 자기 안위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여서 분노하고 헛웃음이 나오게 됩니다.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는 우리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존경과 신뢰로써 그의 결정을 따릅니다. 때로는 그 결정이 자신의 이익과 배치되더라도 그것이 공동선을 위한 것이라고 믿고 양보하고 희생합니다. 그러니까 지도자의 인격, 자질과 능력, 그의 국가관 등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모든 요소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공동체를 사랑해서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헌신 봉사하는 마음입니다. 어느 날 어떤 TV 다큐프로에서 한 산골 할머니가 당신이 지난 한 해 농사지은 갖가지 밭작물과 곡식들을 봉다리 봉다리 싸서 도시에 사는 딸의 차에 가득 채워주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 할머니는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렇게 싸주는 재미로 농사지어요.”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지, 게다가 연로한 몸으로 산골에서 밭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 때문에 그분의 그 소박한 대답에 뭉클했고 그 조그만 할머니가 한 없이 커보였습니다. 그 할머니는 참 행복해보였습니다. 돌아가신 제 어머니도 돌이켜 보면 당신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당신 손으로 일해 돈을 벌어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던 때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음은 행복이고 또 축복입니다.

 

아기 예수님은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입니다(요한 3,16-17).” 하느님은 우리를 좋아하시고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사랑 그 자체이십니다(1요한 4,8). 이런 분이 우리를 다스려주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다면 그의 결정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가 더 잘 살 수 있는 길이라고 믿고 양보하고 손해보고 희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분이 나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위해 봉사하고 계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욕심이지만 우리는 이런 지도자를 원합니다. 그래서 그에게 권한을 부여해주고 우리를 다스리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지도자를 갖고 싶은 욕심은 아무리 많이 가져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이사 60,1-2).” 이사야 예언자는 다른 나라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합니다. 가장 어두울 때에 밝은 빛이 떠오를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그 빛을 찾아 먼 길을 순례했습니다. 그 빛은 유다인들의 임금을 가리켰고, 그 별을 따라 긴 순례했던 그들은 마침내 구유에 누인 한 아기와 가난한 신혼부부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멈추었던 별을 보고 기뻤습니다. 드디어 그들이 찾던 분을 만났고, 그들의 고생스러운 순례도 끝났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 순례의 끝, 그곳은 하느님이고 인간성의 완성입니다. 봉다리 봉다리 곡식들을 싸주며 지난해 밭에 뿌린 땀에 보상을 받고,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느라 자신의 몸이 다 무너져도 행복했다는 두 할머니의 증언이 행복의 원천과 인간성의 완성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완전한 위타성, 보답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사랑이 바로 그것입니다. 내가 생활하고 선택하는 원리가 남을 위함과 공동선이 될 때까지 나의 내적인 순례는 계속됩니다. 그리고 그 순례는 참 하느님을 만나면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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