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19일 실종자

이종훈

11월 19일 실종자

 

꼼수는 속임수이고 융통성은 지혜이다. 사람들은 엘아자르에게 율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생명을 잃지 않는 방법, 즉 권력자의 눈을 속이는 방법을 제안했지만(2마카 6,21) 그는 받아들이지 않고 명예롭게 죽는 길을 택했다. 그것은 당장은 인간의 벌을 피할 수 있다 하더라도, 살아서나 죽어서나 전능하신 분의 손길은 피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2마카 6,26).

 

예수님은 당신이 사람들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바로 그 분, 구세주임을 숨기셨다. 적대자들이 당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음을 아시고는 사람들의 눈과 손을 피해 다니셨다. 그것은 아직 때가 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분은 지혜롭게 때가 차기를 기다리셨다. 하느님의 뜻을 완성하시기 위해서였다. 사람의 아들은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루카 13,13).

 

자캐오는 세관장, 죄인들 중의 죄인이었다. 사람들의 기피 대상 1호였다. 예수님은 그를 공개적으로 만나셨다. 바리사이이며 최고의회 의원이었던 니코데모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에 예수님을 조용히 찾아와 예수님을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고백했던 것처럼(요한 3,2), 예수님도 자캐오를 조용히 불러 그에게 구원의 소식을 전해도 됐을 텐데.

 

자캐오는 부유했지만 모든 사람에게 버려졌다. 일 얘기 말고는 아무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고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묻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그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그는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우리 대부분도 그렇지 않나? 가족과 배우자 사이에도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지 못한다. 의심이나 아무런 방어기제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나? 벌거벗어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은 있나? 버려졌는데 본래 어디 그리고 누구에게 속해 있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 그것을 묻는 것을 포기하고 버려진 것도 잊고 살아간다. 그런데 예수님은 보란 듯이 자캐오를 부르시고 그의 집으로 들어가신다. 모두 다 보라고. 당신이 누구이신지, 우리가 잃어버린 부모와 집이 어디인지 알리신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루카 19,10).”

 

예수님, 주님께는 거짓이 없습니다. 때를 기다리시느라고 그리고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느라고 피하시고 기다리시고 침묵하셨습니다. 우리 모두를 부르시는 하느님은 참으로 좋으시고 자비로운 분이심을 온 세상이 알게 하셨습니다. 오늘도 주님을 믿고 아버지께로 마음을 돌립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예고 받으신 아드님을 안고 계시는 어머니는 고통 받는 이들, 외로운 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십니다. 아드님을 저와 그들의 집으로 모셔와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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