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11일 우리 관심사

이종훈

3월 11일 우리 관심사

 

어떤 기관에서 가장 가난한 직업군을 조사했더니 수녀가 2위, 신부가 3위란다. 신부님이 수녀님보다 좀 더 부자다. 새벽부터 웃었다. 세상은 수도자들의 삶을 정말 모른다.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생긴 모든 수입을 한 바구니에 넣고 거기서 필요한 만큼 장상의 허락을 받고 쓰는 우리 삶을 모른다. 그 기사에 수녀님 신부님을 칭찬하고 존경한다는 댓글들이 많이 달려 기분은 나쁘지 않았지만 사실 칭찬 존경을 포함해 그런 것들은 처음부터 아예 우리 관심 대상이 아니다.

 

가난은 우리 삶의 목적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수님을 더 철저히 따름이 우리 삶의 목적이다. 하느님이시면서도 피조물들을 섬기시고 그들을 위해 당신 자신을 바쳐 그들의 몸값으로 내어주신(마태 20,28) 예수님을 따라 사는 거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한 삶에 속하는 것들, 수입과 사회적 지위 따위는 우리 삶과 아무 상관이 없다. 세상은 자기 입맛에 맞으면 칭찬하고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비난하고 미워한다. 하느님도 죄인으로 만들어 죽인 세상이다.

 

예수님은 끝까지 오직 한 길만 가셨다. 수난과 죽음을 세 번씩이나 예고하신 걸 보면 그렇게 살면 당신이 어떻게 될지 잘 알고 계셨다. 그리고 예언하신 대로 정말 그렇게 되셨다. 수난하고 돌아가셨지만 사흘 후에 부활하셨다. 아니 부활하신 걸 발견한 게 사흘 뒤라는 뜻일 거다. 그분은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으셨으니까. 세상에 사실 때부터 이미 그러셨을 거다. 세상에 살지만 하느님 나라에서 사는 방식대로 사셨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저기에 있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죽기 위해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오시지 않았다. 그분은 하느님의 마음과 그분의 나라에서는 어떻게 사는지 몸소 보여주고 증언하려고 오셨다. 박해와 살해 위협 그리고 죽음도 그분을 막지 못했다. 아니 처음부터 그런 것들은 예수님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예수님이 정말 속상해하시고 화내셨을 때는 완고하고 딱딱한 마음들을 만나셨을 때였다. 그렇게 많은 표징을 보여주셨는데도 여전히 당신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남 얘기가 아니다.

 

예수님, 저희는 부유하지 않지만 가난하지도 않습니다. 아예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하느님이 직접 저희를 먹여 살리시고 때가 되면 거두어 데려가십니다. 믿게 하시려고 많은 기적을 일으키셨듯이 저희의 삶이 세상에 표징이 되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해 정말 송구합니다. 섬기고 내어주는 기쁨을 세상에 증언하겠습니다. 믿음을 더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은총을 전달해 주셨으니 저희가 받은 것들도 사람들에게 잘 전달해 주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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