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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3월 25일(주님탄생예고대축일) 믿음을 위한 표징

이종훈

3월 25일(주님탄생예고대축일) 믿음을 위한 표징

 

성탄절이 12월 25일이니까 태아의 수태 기간을 소급 계산하니 오늘이 그날이 된다. 12월 25일이 예수님 생신이고 3월 25일 그날이라는 뜻이 아니다. 인류 역사의 어느 때에 하느님께서 우리들 세상 속으로 들어오셨음을 기억하는 날들이다.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 우리들 사는 곳으로 들어오셨음을 그렇게 보여주셨다.

 

마리아님께 주님의 수태는 증명 따위는 필요 없는 명확한 사실이었지만 요셉 성인에게는 믿음의 대상이었다. 인간의 이해력을 뛰어넘는 그 사실을 요셉 성인은 믿어야 했다. 꿈에서 천사가 이 사실을 알려 준 그날 밤뿐만 아니라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계속 믿어야 했을 것이다. 아내를 믿고, 조상들이 전해 준 하느님 이야기들을 믿어야 했다. 하느님을 믿어야 했다.

 

적군의 침공 위기에 처한 유다 민족과 그 임금 아하즈는 몹시 불안했다(이사 7,2). 하느님은 이런 그들을 안심시키려고 표징을 보여주시겠다고 하셨다. “너는 주 너의 하느님께 너를 위하여 표징을 청하여라. 저 저승 깊은 곳에 있는 것이든, 저 위 높은 곳에 있는 것이든 아무것이나 청하여라(이사 7,11).” 예수님이 기적을 일으키신 것도 사람들이 당신을 믿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신을 시험하려고 표징을 요구하는 이들에게는 화를 내시며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으셨다.

 

오늘 나와 우리가 표징을 청한다면 화내실까? 반대로 주님을 믿으니 그런 표징은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면 기뻐하실까? 아니다, 표징을 청하고 싶다, 신기한 일을 보거나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의심해서가 싶어서가 아니라 내 믿음이 흔들리지 않고 싶어서. 요셉 성인이 죽는 날까지 믿어야 했던 것처럼 우리도 그래야 하니까. 마리아님도 주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시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하셨고(루카 1,28-29), 가브리엘 천사는 그걸 설명해 주셨다. 그런데 그건 동정 잉태에 대한 속 시원한 설명은 아니었다. 결국은 그 또한 믿으라는 초대였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 우리의 삶은 믿음이다. 기다림도 믿음이다. 취사 스위치를 누르고 기다린다. 그러면 밥을 먹게 됨을 믿는 거다. 하느님께는 시간이 필요 없지만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하늘나라에서는 믿음이 필요 없지만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주님, 약하고 불쌍한 저에게 믿음을 더 해주십시오. 표징을 보여주셔서라도 믿음을 더 깊고 굳건하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할 수 없다고 여겼던 일이 해볼만 한 일이 될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티 없이 깨끗한 어머니의 마음이 보는 세상을 저도 보게 도와주소서.

 

요셉 성인이시여, 저희의 믿음을 지켜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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