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31일 성소

이종훈

3월 31일 성소

 

수도서원을 한 이후로 이름을 잃은 것 같다. 사제서품을 받은 이후는 더 그렇다. 내 이름으로 나를 불러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신부님, 수사님’이 나를 부르는 이름이 되어 버렸다. 간혹 함께 사는 형제가 세례명으로 나를 부르거나, 어릴 적 친구들이 내 이름을 부르면 살짝 놀라고 어색하게 느낀다. 그럼 나는 누구이고, 나는 무엇인가?

 

수도생활을 하고 싶고, 사제가 되고 싶어서 수도 사제가 되었으니 이제 꿈을 다 이룬 것인가? 한국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이름보다는 직업이나 직위 그리고 자신과의 관계를 호칭으로 부르는 것을 알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어색하고 들리고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신부님, 수사님. 이것은 내 이름이 아니고, 나의 직업이고 신분이며 살아내야 하는 내 인생의 큰 과제이다.

 

세상 사람들은 예수님을 요셉과 마리아의 아들로 알고 있었지만, 당신 자신과 두 분은 그분이 하느님께로부터 오셨음을 알았다. 그분은 한 시대에 한 사람으로 사셨지만 그분은 이 세상에 속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분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알고 계셨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셨다. 그분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셨고, 아시는 대로 정말 그렇게 하셨다. 아무도, 악마도 그분의 십자가 길을 막지 못했다.

 

수도자는, 사제는 그분의 말씀과 삶을 감히 오늘 여기에서 다시 구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진정한 사제는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신부님’은 그분의 사제직에 참여하고, ‘수사님’은 그분의 구원 사업에 자신을 봉헌하였을 따름이다. 그 이전에 예수 그리스도 아버지 하느님을 아는 신앙인이고, 무엇보다도 창조주 하느님을 아는 작은 한 피조물이다. 자식이 부모의 모든 것을 닮듯이, 피조물은 창조주를 닮고 하느님의 자녀들은 하느님을 닮았다. 그러니 세상이 그들에게서 하느님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 신부님, 수사님이라고 불리는 것이 나쁘지 않으면서도 부담스러운 것은 세상에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고, 그분께 온전히 봉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지혜서는 세상이 나와 우리를 두고 어떻게 말하는 지 들려준다.

 

“(그들은) 하느님을 아는 지식을 지녔다고 공언하며, 자신을 주님의 자식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든 우리를 질책하니,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짐이 된다(지혜 2,13-14).” 이런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세상이 우리의 말과 삶에 무관심해도 마지막 날까지 자신이 받은 성소에 지극히 감사하고 소중하게 간직하는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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