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성주간 월요일(4월 10일, 향수)

이종훈

성주간 월요일(4월 10일, 향수)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과 그에 의해 희생되는 무고한 이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참 마음이 아프다. 그러니 세상과 인간을 빚어 만드신 하느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실까? 그러는 중에 가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깊은 감동과 함께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 받는 것 같다. 악의와 불신으로 악취 나는 세상에 향수가 뿌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라자로의 누이동생 마리아는 예수님께 지극한 사랑을 그렇게 표현했다(요한 12,3). 냄새가 나기 시작하던 무덤에 묻혔던 오빠가 같은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고 있는,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이루어주신 예수님을 위한 잔치였다. 고마운 그 마음을 그녀는 과도하다고 여길 만큼 최고로 표현했다. 오늘날 돈으로 수천만 원이나 되는 향수를 한 번에 써 버리는 것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수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부담스러운 감사의 인사를 그것 때문이 아니라 당신의 장차 당하실 일을 위해서 준비하시며 허락하셨다(7절). 그러나 실리에 밝은 유다 이스카리옷은 그녀의 과도한 행동을 비난했다. 그 돈으로 자선과 선행을 하는 것이 더 옳다고 판단했다. 그런 그의 말을 누가 반박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는 진정 가난한 사람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도둑이라서 그런 말을 했고, 그 돈은 감사헌금(?)으로 자신이 관리하는 돈주머니에 들어왔어야 했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악취가 난다.

 

하느님을 몰라도 선행을 할 수 있다. 사실 사기꾼도 선행을 한다. 그러나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은 선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 자선과 선행을 하느님 사랑에서 솟아나는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그들 삶의 열매이다. 그들의 삶은 악취 나고 답답한 세상에 뿌려지는 향수이다. 그리고 그들의 향수는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행위라서 요란하지도 역하지도 않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을 보고 그분을 섬긴다. 하느님을 알고 만나고 사랑하는 것이 우리 생의 최고의 목적이다. 그러니 좀 과도하게 그분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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