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성주간 수요일 (4월 12일, 최고의 바람)

이종훈

성주간 수요일 (4월 12일, 최고의 바람)

 

요즘은 그가 누구인지 인터넷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쉽게 알 수 있지만, 예수님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라고 누군가, 그를 잘 알고 믿을만한 사람이 확인해주어야 알 수 있었다. 유다 이스카리옷이 그 역할을 했다.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찾는 예수님이 바로 저 사람이라고 알려주었다.

 

유다는 정말 스승을 배반하고, 죽이려고 하였을까? 비록 사람만이 사기 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유다의 배반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유다는 실리에 밝은 사람이니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도 뛰어났을 것 같다. 그런 그에게 스승의 사업 방식은 고지식하고 답답했을 것 같다. 스승이 더 큰 무대로 나아가, 더 높은 사람들과 겨루든, 어울리든, 그렇게 해야 우리들의 사업이 번창하고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여겼을 것 같다, 그는 영리한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가 특별히 영리한 사람이어서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처럼 생각하지 않는가?

 

예수님은 당신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대해서 세 번씩이나 예고하셨다. 그분은 당신의 사명과 운명을 잘 알고 계셨다. 하느님께서는 때가 차자 한 여인에게서 당신의 아드님을 잉태시켜 사람이 되게 하셨고, 때가 이르러 그분은 당신의 정체를 완전히 세상에 드러내셨다. 그것과 동시에 세상의 죄악도 그 추악한 민낯을 다 드러나게 되었다.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죽였으니 그보다 더 큰 죄악과 아둔함이 어디 또 있을까? 그러나 그 죽음이 그들의 죄를 용서하는 일이 될 줄 그 누가 알 수 있었을까?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죄인들을 위한 하느님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니 제자들이 그분의 말씀을 잊어버렸거나, 들어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예수님도 제자들이 그럴 것임을 아셨다. 그러나 그들도 나중에 가면 알게 될 것이라고 믿으셨다. 세상이 당신을 거부하든, 제자들이 당신을 이해하거나 믿지 못하든, 예수님은 당신이 가실 길을 가셨다. 유다가 그분을 팔아 넘겨서, 제자들이 그분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그분이 붙잡히시고 돌아가신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밤이 지나면 해가 떠오르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그렇게 하느님의 뜻은 꼭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그 길을 따라 가셨고, 그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속에 당신을 완전히 맡기셨다. 그래서 그분은 평화로우셨다. 당신이 죄가 없음을 아셨기에 물러서지도 도망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으셨다. 그렇게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마태 26,24).” 두렵고 떨리지만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처럼 땅 위에서도 우리 안에서도 그리고 내 안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 바람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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