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24일 그리스도의 몸(+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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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 그리스도의 몸

 

한 섬의 작은 공소에서 일하시는 평신도 선교사가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눠줬다. 작년 겨울 시험적으로 한 달 동안 공소에서 머물렀는데 바로 앞집에 태국 노동자들 몇 명이 살고 있었다. 그분은 그전까지 태국인 노동자들을 돌보는 일을 했고 이를 위해 태국에서 태국어와 문화를 배우셨으니 그들과 금방 친해졌다. 그런데 겨울인데도 얇은 옷을 입고 있는 게 너무 딱해서 자신의 겉옷을 벗어주고 그곳을 떠났다. 노동자들도 이사를 하여서 그들은 그렇게 헤어졌다.

 

올해 초 정식으로 그곳으로 다시 가 공소 사목을 시작했다. 며칠 전에 시내를 걷는데 차가 하나 멈추더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달려왔는데 바로 그 태국인 노동자들이었단다. 그렇게 그들은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다시 반갑게 만났다. 차를 타고 가던 그들이 먼저 걸어가는 우리 선교사를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그 추운 날 자신의 옷을 벗어 준 사람을 어떻게 잊을 수 있었겠나. 이 외에도 다른 협력자들도 다른 태국 노동자들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작년에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 올해도 돕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코로나로 여러 제약이 있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계획하였다. 그들은 우리를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다시 만나기를 바라고 있음을 알았다. 이제 때가 되었나 보다.

 

그 공소의 태국 노동자들과 재회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지만 안타까운 소식도 있다. 감동 받고 또 마음 아파하며 우리들의 마음은 뜨거워졌다. 계획한 대로 다 되지는 않겠고 또 그렇게 된다고 해도 수고하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음 자체로 행복했다. 이백만 명의 외국인 중 우리는 고작 이십 명 남짓한 친구들만 만난다.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도 보잘것없다. 하지만 그들의 친구, 좋은 이웃이 되어주려고 한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말이다(루카 10,29-37). 가엾은 마음이 들어 일정을 바꾸어 시간을 내고, 큰 액수는 아니지만, 예산에 없던 경비를 기꺼이 지출한다.

 

오래전 평화방송 TV 프로그램 MC를 한 적이 있다. 매주 작가에게 대본을 받고 연습했다. 처음에는 화면에 나가는 내 모습만 보았다. 방송이 좀 익숙해지니 스튜디오와 조정실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스텝들이 눈에 들어왔다. 화면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이 수고하고 있음을 알았고 나의 말 한마디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 노력의 종합임을 깨달았다. 교회는 성체성사로 사는 신비체이다. 사제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수고를 모아 하느님께 봉헌한다. 자기 옷을 벗어주고, 수고해서 번 돈을 나눠주고, 쉬는 시간을 쪼개어 내준다.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나의 살과 피를 이웃에게 내어준다. 이들이 하느님의 백성이고 이들이 교회다.

 

주님,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본당은 물론 수도회 내에서도 재정적인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들립니다. 우리는 압니다. “주님은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시는 분, 저승에 내리기도 올리기도 하십니다. 주님은 가난하게도 가멸게도 하시는 분, 낮추기도 높이기도 하십니다(1사무 2,6-7).” 살리시는 것도 죽이시는 것도 모두 다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함이고 하느님은 우리를 구원하신다고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떤 일도 벌어져도 주님의 뜻을 따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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