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29일(대림 1주일) 참 좋은 하느님(+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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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대림 1주일) 참 좋은 하느님

 

전례력으로 새해 첫날이다. 예수님 탄생이 아니라 그분을 기다림으로 시작한다.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는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그날이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주님께서 다시 오신다고 했으니 우리는 그 말씀을 믿고 기다린다. 그리고 그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말씀(마태 28,20)도 믿는다.

 

배움은 즐겁지만 시험은 싫다. 시험 보는 날을 설레며 기다려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시험 당일이 아니라 그다음 날을 간절히 기다렸다.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거나 실수할까 봐 불안해하며 걱정하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던 거다. 이것은 대림의 정서가 아니다. 그 정반대이다. 기쁨과 희망이다. 하느님을 냉혹한 심판관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불안과 걱정으로 그날을 기다린다. 반면 하느님을 참 좋은 분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다르다. 나를 위해 목숨을 내놓으셨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더라도 내가 사는 동안 알게 모르게 그리고 청하면 언제나 나를 도와주는 좋은 동네 아저씨 같은 분으로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날이 특별한 날이 아닐 거다. 오늘 이렇게 잘해주셨던 분이 내일 무서운 심판관으로 돌변하지는 않을 테니까. 어쩌면 그날은 감격적이지 않고 어제처럼 편하고 반가울지 모르겠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매일 매번 같은 곳에서 넘어진다. 그를 용서하고 웃으며 만나겠다고 결심하지만 막상 그를 만나면 얼굴은 굳어버리고 마음의 문은 닫힌다. 행동하는 양심과 실천하는 신앙을 부르짖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놓이면 주저하거나 그냥 지나쳐버린다. 그리고는 또 자책하고 후회하며 괴로워한다. 그러기를 반복한다.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주님의 재림이라기보다는 그보다 먼저 이런 자신의 불일치와 분열이 극복되는 날인 것 같다.

 

우리 처지가 이런데도 그날을 기쁨과 희망으로 기다리는 건 우리 하느님이 참 좋은 분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어떻게 사셨는지 기억하면 하느님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좋은 분인지 그렇게 안다. 그분은 죄 말고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모든 걸 다 들어주셨다. 우리가 기다리는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알려주셨다. 십자가의 죽음이 어떻게 나를 구원한 건지는 아직 깨닫지 못하지만 지금 나와 함께 계신 분이 바로 그분이라면 그분과 친하게 지내지 않을 수 없다. 하느님은 우리가 예수님과 친해지기를 바라신다. 바오로 사도는 말한다.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또한 여러분을 끝까지 굳세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날에 흠잡을 데가 없게 해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은 성실하신 분이십니다. 그분께서 당신의 아드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맺도록 여러분을 불러 주셨습니다(1코린 1,7-9).”

 

예수님, 당신이 제 주님이 아니라면 제겐 희망이 없습니다. 나름 노력은 하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언제나 주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그렇게 주님께 맡겼다고 제멋대로 살면서 모든 책임을 주님께만 떠넘길 수 없습니다. 어찌 됐든 심판관은 주님이시고 심판받는 이는 저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의 도움으로 주님께서 언제나 저와 함께 계심을 믿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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