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월 21일(성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군중을 피해서(+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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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월 21일(성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군중을 피해서

 

믿음은 하느님과 나의 관계다. 하느님과 우리 사이 관계가 아니다. 지금 여기서 함께 지내고 아무리 친하게 지냈어도, 부부였어도 마지막 날 하느님 앞에 나설 때는 철저히 혼자다. 그의 믿음이 사랑이면 그날은 설렘과 기쁨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시간은 두려움 그 자체다.

 

군중은 마귀가 이용하기 아주 좋은 실체 없는 실재다. 예수님은 군중과 거리를 두셨다. 그날 사람들이 몰려들자 그들이 당신을 밀쳐대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고 배를 마련하셨다(마르 3,9). 군중과 당신 사이 작은 거리를 만드셨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외면하고 떠나버리지는 않으셨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버리지 않는다. 그 거리는 사랑의 거리고, 내 믿음이 순수할수록 짧아진다.

 

군중 속에 끼어 있는 각 개인은 병을 고치기를 바라며 그분 앞으로 마구 나아갔다. 그분이 하느님의 아들, 최후심판 때 심판관이란 걸 알았다면 오히려 그분이 자신을 알아보실까 봐 군중 뒤로 숨었을 거다. 더러운 영의 지배를 받는 이들은 군중이 보는 앞에서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것은 예수님을 곤란하게 만들어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이루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었다. 신앙고백을 가장한 교묘한 술책이었다. 군중의 아우성이 그 안에 있는 각 개인의 믿음을 표현한 것은 아니었다.

 

예수님은 병자와 더러운 영에 시달리는 이들을 한꺼번에 만나지 않으셨다. 그분은 군중 속에 있는 그에게 거기서 나와 당신 앞에 홀로 서게 하신 후 그에게 말씀하시고 고쳐주셨다(마르 3,3). 그의 신앙고백을 들으셨다. 어떤 때는 그를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고쳐주셨고 그 마을로 다시 돌아가지 말라고도 하셨다(마르 8,22-26). 유식한 바리사이 니코데모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예수님을 찾아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요한 3,2). 나는 우리 믿음을 고백하지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나는 나의 보잘것없는 신앙만을 고백한다. 그리고 후에 마침내 얼굴을 맞대고 그분과 단둘이 만난다.

 

예수님, 인생은 영원하신 하느님을 찾아가는 길고도 짧은 영적 여행입니다. 먹고 사는 게 힘들어 이 본질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제 믿음이 더욱 순수해져서 하느님이 하느님이시니 사랑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순교자들을 억울한 죽음에서 구해내지 않으셨던 것도 그들의 믿음이 이미 순수해졌거나 죽음의 순간에 완전히 순수해지기 때문이었으리라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세상의 소란과 군중의 아우성 속에서 제 믿음이 더욱 순수해지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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