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13일 하느님 현존의 기쁨

이종훈

5월 13일 하느님 현존의 기쁨 

 

하느님을 뵙게 해달라는 필립보의 청원에 예수님은 당황하셨는지, 놀라셨는지, 속상하셨는지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느냐?(요한 14,9)” 하며 나무라듯 대답하셨다. 제자들은 스승 예수님과 함께 먹고 자고 일하면서 그분의 가르침과 기적뿐만 아니라 평소 그분의 사적인 모습도 수년 동안 보았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정도 함께 지냈으면 당신의 신원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하셨던 것 같다. 그런 스승에게 하느님을 보여 달라고 하니 당황하고 실망하지 않으실 수 없었을 것이다.

 

제자들은 왜 살아계신 하느님을 옆에 두고 하느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청했을까? 예수님이 보고 계신 하느님과 제자들과 세상이 생각하는 하느님은 많이 달랐었던 것 같다. 예수님이 보고 계신 하느님은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이셨다. 예수님은 그분이 참 하느님이심을 수난과 죽음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심으로 보증하셨다. 아니 어쩌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제자들을 위해서 그렇게 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예수님은 언제나 모든 일을 아버지 하느님의 뜻대로만 하신다고 선언하셨다. 당신의 지상 사명이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세상에 드러내고 알리는 것이었으니, 그것을 이루는 수단도 그것에 부합해야 했다. 그래서 용서, 치유, 진실, 비폭력, 희생 등으로 하느님과 그분의 나라가 이미 세상으로 내려왔음을 보여주셨다.

 

교회는 예수님의 사명을 오늘 여기에서 이어간다. 예수님이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을 세상에 드러내셨으니 교회도 그렇게 한다. 확장, 성공, 승리가 교회의 목적이 아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명령하신 적이 없다. 회개하고, 복음을 전하고, 서로 사랑하라고 명령하셨다. 그러면 세상이 우리들 안에서 하느님께서 일하고 계심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제자들은 세상에 복음을 전했지만, 언제나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들에게조차 거부당하고 마을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사도 13,50). 그런데도 “제자들은 기쁨과 성령으로 가득 차 있었다(13,51).” 그들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다 했고, 그러는 동안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 계심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요한 14,8).

 

예수님은 아버지의 말씀을 언제나 간직하셔서 언제나 그분과 함께 계셨다. 그리고 하느님의 일을 하셨다. 이것이 하느님의 현존이다. 하느님께는 언제나 현재이시다. 빛의 속도보다 빨리 달리면 과거도 현재가 될 수 있고, 하느님의 말씀을 믿는 이에게는 미래도 예측할 수 있으니 그분에게는 모든 것이 현재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기뻐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제도 기뻐하지 못했고 내일도 기쁠 수 없다. 성공하고 승리해도 그는 기뻐하지 못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계심을 믿는 이는 언제나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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