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부활 6주일, 5월 21일) 부끄럽지 않으려면

이종훈

(부활 6주일, 5월 21일) 부끄럽지 않으려면 

 

매일 새 대통령에 대한 훈훈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런 행동들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전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렇게 하지 않아서 국민들이 그런 모습에 목말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고 감동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고, 자기 옷은 자기가 벗어 걸고, 부부가 서로 챙겨주고 애정을 표현하고, 우는 사람을 위로해주고, 응급환자가 먼저가게 비키고, 아무리 국가적 합의라고 해도 많은 국민들이 싫어하는 일은 재고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일, 이런 일들은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들입니다. 새 대통령이 감동을 주는 것은 그분이 대단한 분이어서라기보다는 지극히 상식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인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인 데도 감동을 받는 것을 보면 그동안 우리는 참 오랫동안 비상식적인 환경 속에서 살았나 봅니다.

 

우리 하느님은 사람이 되셔서 사람들과 함께 사셨습니다. 너무 많이 들어서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만 사실 이처럼 지극히 비상식적인 사건은 없습니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사람은 땅에 있는 것이 상식적이고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당신이 사람이 되신 것이 자연스러우셨나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고, 그와 함께 먹고 마시고, 그와 함께 일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 사랑의 상식입니다. 그러고 보니 하느님은 정말 사람을 좋아하시고 사랑하심이 분명합니다. 하느님은 낮아지신 것이 아니라 우리를 사랑해서 낮은 곳에 있는 우리와 함께 계셨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본성은 감출 수 없으셨을 겁니다. 영원히 땅에서 사실 수 없었습니다. 그분은 다시 당신이 계시던 하늘로 돌아가셔야 했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버려두고 떠나가실 수 없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처음부터 땅으로 오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분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계시기 위해서 잠시 제자들을 떠나셔야 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스승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분의 신성한 계획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당신과 잠시 헤어지고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할 것을 예상하시고 많은 것을 말씀해주시고, 꼭 다시 올 거라고 약속하십니다.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너희에게 다시 오겠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세상은 나를 보지 못하겠지만 너희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살아 있고 너희도 살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또 너희가 내 안에 있으며 내가 너희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요한 14,18-20).” 말씀하신 대로 정말 주님은 그들을 떠나가셨고, 제자들은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했고 두려워했습니다. 그분을 싫어했고 위험하다고 여겼던 이들은 그분이 없어졌다고 기뻐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잠시였습니다. 그분은 사랑하시는 제자들에게도 다시 오셨습니다. 말씀하셨던 바로 그대로였습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는 것처럼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고야 맙니다. 진리는 그런 것입니다.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하느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아무 것도 막을 수 없는 분입니다.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진실은 밝혀지고, 누명은 벗겨지고, 막혔던 물길도 다시 뚫립니다. 점점 세상살이가 상식적으로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비상식적인 것을 상식이라고 우겼던 사람들은 부끄럽게 되어 갑니다. 반면에 상식적인 것을 힘들게 외쳤던 이들은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흘립니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바로 잡아주십니다. 그러니 세상의 위협과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옳은 것을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해야 합니다. 세상은 그런 우리를 괴롭히겠지만 오늘과 같은 날이 끝내 오고야 마는 것처럼 결국 모든 거짓은 밝혀지고 제 자리를 찾고 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될 그날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의 마음속에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거룩히 모시십시오.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두십시오. 그러나 바른 양심을 가지고 온유하고 공손하게 대답하십시오. 그러면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분의 선한 처신을 비방하는 자들이, 여러분을 중상하는 바로 그 일로 부끄러운 일을 당할 것입니다(1베드 3,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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