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26일 믿게 하신다

이종훈

5월 26일 믿게 하신다 

 

예수님은 이야기꾼이셨다. 저 높은 곳에 있는 하늘나라를 청중들이 매일 경험하고 살아가는 것들을 소재로 이야기하시며 가르치셨다. 그러니 청중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이 그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성서학자는 예수님이 세상일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을 뿐만 아니라 꽤나 전문적인 지식까지 갖고 계셨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씨 뿌리는 사람들의 비유에서 보면 씨 뿌리는 방법과 그 씨앗이 자라는 과정까지 알고 계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신이 농사를 지으셨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농부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해 생각하시면서 그 원리들을 알게 되셨을 것이다. 여인이 출산하는 과정에 겪는 일들도 그렇게 알게 되셨을 것이다(요한 16,21). 한 마디로 예수님은 사람들의 세상살이에 관심이 많으셨고, 그들의 고충과 바람을 잘 아셨다.

 

예수님 덕분에 저 높은 하늘나라가 내가 땅에서 일하는 곳으로, 내가 겪는 사건과 일 속으로, 세상사 속으로 내려왔다. 경험할 수 없는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볼 수 없다고 포기한 것들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이야기는 쉬워서 금방 그 속으로 빨려들어 가기는 하지만,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서 청중들은 결단을 내려야했다. 아무리 우리 일상생활 가까이로 내려왔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하늘나라였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분의 초대에 ‘예’라고 대답해야 했고, 믿어야 했다.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훌륭한 스승이고 신적인 모습을 지닌 분이 분명했지만, 그분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숙제였다. 예수님도 그것을 아셨다. 그래서 여러 차례 그 일에 대해 예언하시고 그들이 겪게 될 고통, 두려움, 괴로움은 잠시 뿐이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상상도 못했던 기쁨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그런 일이 벌어졌고, 그들은 세상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비겁함에 괴로워했다. 그런데 예수님의 그런 아주 중요한 이야기들을 유다 이스카리옷은 듣지 못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무엇이었는지 알고는 너무 괴롭고, 그런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하느님의 심판이 너무나 두려웠는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반면에 똑같이 비겁하고 아둔한 제자들은 두려우면서도, 괴로우면서도 끝까지 버텼다. 그들은 운 좋게도 예수님의 그 이야기들을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거기에 희망을 걸고 그 절망의 시간들을 견디어낼 수 있었을까?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스승의 그런 말들을 기억해낼 수는 있었겠지만, 그런 상황에서 그것을 믿고 기다릴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그러면 그들은 왜 유다 이스카리옷과 달랐는가? 그것은 아마도 성모님께서 그들과 함께 계셨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사랑하는 제자를 그분께 맡기셨고, 그 제자는 그분을 그 때부터 자기 집에 모셨다. 성모님은 그 시간 그 제자들과 함께 계셨을 것이다. 그분은 예전에 천사의 말만 듣고 ‘예’라고 대답하셨던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아드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믿고 기다리셨을 것이다. 제자들은 그분 때문에 그 시간을 견디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분은 무덤에도 가지 않으시고 제자들과 함께 계셨다. 그것이 예수님께서 당신께 맡기시고 또 바라시는 일이었다. 오늘도 우리의 영적 여정에 성모님은 함께 계신다. 우리의 모든 일을 대신 해주시지는 못하지만, 우리를 안심시키시고 위로하셔서 힘이 생겨나게 하신다. 올바른 선택을 하게 도와주신다. 그리고 믿게 하신다, 주님께서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실 것이라는 그 약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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