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1월 25일 신뢰(+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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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1월 25일 신뢰

고 전두환 씨를 문상하는 일부 사람들이 또 망언을 내뱉는다. 광주시민들과 518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마음을 또 아프게 한다. 참 못되고 모진 사람들이다. 학창시절 친구들이 그와 그의 부인을 놀리려고 지어낸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우리는 함께 깔깔 웃으면서도 혹시라도 사복경찰이 주위에 있는지 살폈다. 뒤돌아보니 참으로 불의하고 부정한 사회 안에서 우울하고 암혹한 시간들에 대한 분노를 그렇게 표현했던 것 같다. 수많은 희생자와 명백한 증거들 그리고 법정판결에도 그를 여전히 지지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세상을 모르는 건지 순진한 건지.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불의하고 부정(不淨)해도 삶을 긍정한다. 후에 상처를 받더라도 사람들을 신뢰한다. 그것은 참 좋은 하느님을 믿기 때문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하느님을 완전히 신뢰하고 싶다. 보이는 이웃도 사랑하지 못하는데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없다.

세상이 불의하고 부정하다고 불신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불신은 세상살이를 힘들고 어렵고 어둡게 만든다. 불의하고 부정한 세상 속에서 의롭고 선하게 산다. 그래서 마음고생은 물론이고 실제로 피해와 손해를 입는다. 고생하고 수고스러워도 이런 삶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예수님도 끝까지 바꾸지 않으셨고, 사람들의 조롱에도 끝까지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않으셨다. 그분은 진리 그 자체시니 자신을 부정(否定)하실 수 없었다. 그분을 모욕하고 조롱한 이들을 나는 불의하고 천박하다고 비난하는데 예수님은 그들을 무지하다고 하셨고 그래서 용서해달라고 청하셨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무한히 신뢰하셨고 그분을 사랑하셨다. 나도 그렇게 하느님을 신뢰하고 하느님처럼 완전해지기를 바란다.

세상에서 성공하는 게 꼭 좋지는 않다. 불의한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불의하게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고통을 좋아할 리 없지만 불의한 세상 속에서 참되고 의롭게 살면 고통은 필연적이다. 사서 고생한다고 핀잔을 듣고 쓸데없이 수고만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세례로 다시 태어난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 안에 계신 그리스도께서 살기를 바란다. 이렇게 삶의 주인이 바뀌는 혁명적인 변화는 단 한 번에 기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평생 조금씩 변한다. 자신 안에서 세상은 점점 사라지고 하늘나라가 현실이 되어간다. 그렇게 믿고 예수님을 따른 사람은 그날 고개를 들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가슴을 칠 것이다.

예수님, 의로운 분노는 오직 하느님만 하십니다. 불의한 세상에 화내고 답답해한다고 제가 의롭다고 착각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런 감정들은 지나가게 내버려두고 저는 주님을 더 신뢰하고 묵묵히 주님을 따르겠다는 결심을 새롭게 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바른 길, 주님의 길로 인도하여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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