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20일 완전한 복수

이종훈

6월 20일 완전한 복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완전한 사람은 완전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다. 원수까지 사랑하는 완전한 사랑이다. 그런 사랑은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는 보편적인 사랑이다. 만일 예수님께서 좋은 일을 많이 하셔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시다가 노환으로 자연사하셨다면 예수님의 그런 말씀은 힘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십자가 위에서 죽음의 고통을 받으면서도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라고 기도하셨기 때문에 그분의 이런 말씀은 상상이나 이룰 수 없는 이상이 아닌 것이 됐다.

 

악을 좋아하고 악행을 즐겨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는 이들도 그것이 자신의 종교, 국가, 민족, 가족을 위한 고귀한 희생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범법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것을 보면 그도 다른 어떤 것, 즉 그가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했던 어떤 것, 그것이 자신을 위한 행위라고 믿게 했던 어떤 것의 희생자이다.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그런 뜻이겠다. 하지만, 그들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신체적, 심리적 상처와 불이익을 당하며 매일, 매 번 고통 속에서 불편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그들을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말하는 것은 잔인하다.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지만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정당한 복수라고 해도 내가 잃은 것을 되돌려놓지 못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속상하지만 이것이 유한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냉혹한 현실이다.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한 아픈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 정말 고통스럽지만, 그들을 잊어야 한다. 그들을 용서해야 한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아 있는 시간을 살아내야 하는 나를 위해서이다. 죽은 이들을 그리워한다고 그들이 되살아오지 않듯이 그들을 증오한다고 나의 삶을 되돌려 놓을 수 없다. 우리가 미워해야 할 원수는 나에게 상처와 피해를 입힌 이들이 그 사람이 아니라, 그를 그렇게 만든 어떤 것이다. 우리는 결코 그것과 맞서 싸워 이길 수 없다. 승리하는 길은 하느님께 나 대신 복수해달라고 청하는 것이다. 나의 복수는 하느님께 맡기고 주어진 시간을 가볍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래서 가장 완전한 복수는 용서라고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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