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주님 부활 대축일 4월 16일, 새로운 삶

이종훈

부활대축일 4월 16일, 새로운 삶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주님께서는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셨습니다. 그분은 무덤에 계시지 않습니다(마태 28,6). 그분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지만 부활하셔서 지금 우리 가운데 살아계십니다. 그 때 제자들과 그분을 따르며 좋아하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황망한 사건이어서 그분의 죽음을 억울해하고 슬퍼할 겨를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는 그 일들이 이미 예견된 것이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분명 고통스러우셨겠지만 평온한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라고 말씀하시며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셨던 사실을 우리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수난과 죽음은 실패가 아니라 아버지 하느님께서 당신을 세상에 파견하실 때 맡기신 지상 사명의 일부였습니다. 그분의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사랑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도 꺾을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요한 3,16).”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예수님은 세상의 권력자를 대표하는 빌라도의 질문에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36).”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분의 지상 사명은 악인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선행과 애덕을 베푸시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과 그분의 나라를 전하셨습니다. 그분의 사명이 이 땅에서 불의를 없애고 정의를 세우는 것이었다면 그렇게 무기력하게 처형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빌라도도 그분의 이해할 수 없는 대답과 태도에 두려움마저 느꼈을지도 모릅니다(요한 19,8). 그분은 악을 쳐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리를 증언하기 위해서 사셨습니다. 진리를 찾고 거기에 속하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나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그분의 말씀과 행동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에서 내려오신 예수님이 전하는 진리는 땅에서 나온 우리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체험한 이들은 예수님을 온 힘을 다해 따라왔지만, 예수님은 그들이 왜 당신을 따라왔는지 잘 아셨습니다. 그 기적에서 하느님 나라를 본 것이 아니라 단지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었습니다(요한 6,26). 그분을 지도자로, 임금으로 모시면 일생 편하고 배부르게 살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잘 살게 해주시지만, 그분이 말씀하신 생명, 삶의 질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지닌 영, 영적인 존재로서의 삶을 말씀하셨습니다. “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요한 6,63).” 영적인 삶을 말씀하시는데, 육적인 귀로만 들으니 그분의 말씀은 더 들을수록 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결국 그들은 다 그분을 버리고 떠나갔고 몇몇 제자들만 남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폭력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무기력하게 돌아가시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남아 있던 그들마저도 예수님을 떠났습니다. 그 중 하나는 예수님을 팔아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몇몇 연약한 여인들은 그분 곁을 끝까지 지켰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갔고, 십자가 아래에서 예수님의 임종을 지켰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신을 닦아드리려고 그분이 묻혀 있는 무덤에까지 찾아 왔습니다(루카 24,1). 그들은 거기서 제일 먼저 주님이 부활하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좋아하고 사랑했기 때문에 그분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그들의 지극한 슬픔은 고통으로 변했을 겁니다. 그들은 절망하지 않고 슬퍼했습니다. 그들의 슬픔은 두려움이나 절망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의 말씀과 고통 받는 사람들을 대하시던 그분의 눈빛과 마음을 기억하고 그분을 그리워하며 슬퍼했을 겁니다. 그 슬픔은 그리움이었고 그것은 곧 사랑이었습니다. 그분께 대한 기대보다는 그분 자체를 좋아하고 사랑했습니다. 그분께 기대를 걸고, 그분 안에서 야망을 지녔던 이들은 그분을 버렸지만, 그분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슬퍼하며 그분을 찾아 무덤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부활의 소식을 접했고 부활하신 그분을 만났습니다. 그 기쁨은 너무 커서 귀와 눈을 의심하게 되고 심지어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주님께서 먼저 인사하셨습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늘 하시던 대로 일상적인 인사를 하셨습니다. 그분은 공생활을 하실 때도, 십자가의 길을 가실 때도, 십자가 위에 달리셔도 그렇게 편안하셨나 봅니다. 육신은 고달프고, 감정은 오르락내리락 했어도 그분의 영은 늘 그러셨나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영의 평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세상살이에서 우리가 구원받았음을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표지가 바로 이 영적인 평화입니다. 하늘나라 시민들이 지닌 그것이고, 주님의 그것입니다. 우리는 악과 맞서 전쟁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의 수난과 죽음으로 구원받은 사람입니다. 과연 우리가 악에 맞서 싸워 승리할 수 있을까요? 매번 같은 죄에 떨어지는 것을 보면 거의 승산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을 행하고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거대한 악의 세력이 아니라, 실망, 낙담, 절망, 체념입니다. ‘헛수고야. 해 봐야 안 돼. 그런 게 되겠어? 그 사람이 그 사람이야.’ 악의 세력을 꺾어 이길 수는 없지만, 그의 세력에 희생된 이들 앞에서 울고 슬퍼할 수만 있다면, 끝까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여인들처럼 우리도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주님은 그 때처럼 오늘도 더 넓고 많은 곳에서 그 슬퍼하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인사하시며 당신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가자고 말씀하십니다.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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