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진실한 마음과 하늘나라 (7월 30일 연중 17주일)

이종훈

진실한 마음과 하늘나라 (7월 30일 연중 17주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운명적으로 함께 삽니다. 가족, 수도회, 사회, 나라 등 공동체로서 살아갑니다. 이런 공동체 삶이 운명적인데도 함께 잘 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를 볼 때도 촛불 집회 등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희생을 통해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힘차게 출발한 이 정부인데도 여기저기서 불평이 터져 나옵니다. 어쩌면 인구수만큼이나 많은 각기 다른 요구들과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이해가 다른 공동체의 그것과 서로 충돌하기 때문 일겁니다. 그것들을 조정하고 협상하면서 최적의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적의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이 진실인지도 알아내야 하고, 양보를 요구하거나 때로는 희생을 부탁하기도 해야 합니다. 나라든, 사회든, 작은 공동체나 가정이든 한 공동체를 이끌며 봉사하는 모든 이들을 하느님께서 위로해주시고 그들에게 필요한 지혜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임금이었던 솔로몬은 하느님께 이렇게 청했습니다.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1열왕 3,9).” 솔로몬은 수많은 이들의 요구와 주장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들이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 잘 식별하게 해달라고 청했습니다. 한 마디로 지혜를 달라고 청했습니다. 여기서 지혜는 지식, 묘책을 찾는 영리함이 아니라 하느님이 백성들을 그분의 뜻에 맞게 통치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솔로몬은 지혜로운 사람의 대명사이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약점을 지닌 인간인지라 후에는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면 하느님이 직접 우리들을 다스리시면 어떨까요? 인류의 역사가 끝나기 전에 예수님이 재림하셔서 대통령으로 출마하시면 어떨까 하는 황당한 상상을 해봅니다. 그럴 일도 없겠지만 그래봐야 그분은 그 옛날처럼 미친 사람이나 이상주의자 취급을 받으시거나 투옥되실 겁니다. 그분의 나라는 이 땅에 속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요한 18,36). 그렇다면 하느님이 자신들을 다스려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요? 아니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는 주님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저 예수님이 직접 우리들을 다스려주시기를 바라기는 하는 걸까요? 자신의 생각과 다르고 이익에 방해가 되는 결정을 내리셔도 그분의 말씀대로 따를까요?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주님을 떠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이 다스리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과 자신과의 관계를 잘 알기 때문에 그분 앞에서는 언제나 알몸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러나 그것이 부끄럽거나 두려운 사실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그들에게는 거짓이 없고 진실만을 말하려 하고 진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은 상상만으로 평화롭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들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어떤 이들은 이 말을 성급하게 이해해서 믿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거나 혹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도움을 받게 돼서 어려운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결국 선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이룬다는 것이고 그래서 하느님이 기뻐하신다는 뜻입니다. 공동체를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자신의 뜻과 꿈이 이루어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예수님은 하늘나라를 이 땅위로 내려오게 하셨습니다. 모든 이들이 그런 나라를 열망하지만 그들 모두가 하늘나라의 시민이 되지는 못합니다. 하늘나라는 모든 이들의 열망이면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늘나라를 비유로 설명하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는 사람들, 다시 말해 하느님을 전정으로 사랑하는 이들만 찾아내고 알아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마태 13,44)”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보물은 숨겨져 있습니다. 또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마태 13,45)”고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진주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만 값진 진주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보물과 진주를 발견한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을 처분해서 그것들을 얻습니다. 보물만 깨내는 것이 아니라 보물이 묻혀 있는 밭 전체를 삽니다. 거기에는 온갖 것들, 즉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다 있습니다. 그래서 하늘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습니다(마태 13,47). 마지막에 주님께서 심판하시는 날까지 악인들과도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분명히 그리고 정확하게 의인과 악인을 가려내십니다. 그 믿음이 부정하고 부도덕한 이 세상 속에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꿋꿋하게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 노력할 수 있는 힘입니다. 

 

나라든 수도회든 가족이든 자신의 공동체에 만족하는 사람은 적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보물만이 아니라 보물이 묻혀있는 밭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물은 누구나 다 좋아하지만, 좋은 진주는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에게만 보입니다. 우리 공동체에도 좋은 진주인 보물이 묻혀있습니다.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하고 공동체가 이상적이기를 바라지만 그것을 얻는 길을 모두가 알지는 못합니다. 설령 그것을 안다고 해도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요즘 수도회를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또 그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그러고 싶을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많이 와버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하느님께 드리고 싶은 그들만의 속내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하지만 하느님은 알고 계신 그들만의 아프고,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느님을 대신해서 들었기 때문입니다. 수도회를 떠나도 그런 것들 퍼뜨리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유혹이 있지만 그것은 자신의 입장만 고려한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하늘나라의 시민이 되기 위해 하느님께 자신을 열어 봉헌한 소중한 마음들을 지키고 관리해야 합니다. 물질주의에 눈이 어두워진 세상은 이런 것들을 하찮게 여기지만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소중한 재산입니다.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상인이 자신의 것을 모두 팔아 그것을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실한 마음이 그 진주를 알아보는 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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