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8월 9일 닫힌 마음을 여는 믿음

이종훈

89일 닫힌 마음을 여는 믿음

 

이스라엘은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님의 명령에 따라 그곳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 정찰병들을 보냈다. 같은 곳을 보고 왔는데, 그 평가는 정반대였다. 하느님 말씀대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니 빨리 들어가서 그곳을 차지하자는 이들과 그곳에는 자신들보다 훨씬 강한 부족들이 거대한 성읍으로 지키고 있어서 들어갈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 둘의 평가가 정반대인 것 같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둘 다 맞는다.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땅이니 세상 모든 부족들이 그곳을 차지하려고 다퉈왔을 것이고, 그 중 가장 힘센 부족이 그 땅을 차지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성벽을 쌓았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이니 당연히 좋은 땅이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약속하셨으니 이스라엘 민족은 그곳에서 들어가 살 수 있었다. 정찰병의 보고가 아니라 하느님의 약속이 이스라엘이 그 땅으로 들어가 살아야 하는 이유였다.

 

하느님 나라는 좋은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과정 안에 있다. 세상 거저 되는 일이 어디 있고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좋은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것도 마찬가지 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같은 공동체 구성원의 비협조, 반대, 무관심이다. 이런 벽을 만날 때 쉽게 좌절한다. 하느님의 약속을 따라 그 모진 시간들을 견디어 온 이스라엘도 정작 그 땅의 길목에서 그와 같은 내부의 저항에 부딪혔다. 실망과 좌절 속에서 온갖 반대와 도전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의 근거는 그들과 지도자의 굳은 결심보다는 그 일을 시작하신 하느님, 그것을 약속하신 하느님께 대한 신뢰이다.

 

예수님의 공동체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이방인 여인이 소란스럽게 예수님과 제자들을 따라오며 귀찮게 했을 때, 예수님은 그녀의 청원에 귀를 막으신 듯 보였다. 어찌 그러실 수 있겠는가? 참다못한 제자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마태 15,23).” 제자들은 이방인은 강아지와 같은 존재여서 그들과 같을 수 없었다고 믿고 있었다. 예수님은 그것을 아셨을 것이다. 그들의 그런 요구를 기다리셨던 것처럼 예수님은 드디어 그녀를 부르셨고, 이 공동체의 닫힌 마음과 구원에 대한 좁은 시각을 알려주셨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26).” 그것은 예수님의 마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을 뒤집는, 아니 그들의 닫힌 마음과 좁은 시각을 고발하는 그녀의 놀라운 신앙고백을 모두가 듣게 되었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27).” 이 위대한 신앙고백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예수님은 그렇게 공동체의 닫힌 마음을 열어 젖히셨다. 아니 그 여인이 지닌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이 그들을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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