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8월 17일 떠나고 건너고

이종훈

817일 떠나고 건너고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고향땅을 떠났다. 모세는 화려한 왕궁을 떠났고, 광야에서 하느님을 만났다. 이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은 이집트 노예생활을 청산하며 길을 떠났고, 죽음의 홍해바다를 마른 땅을 밟고 건너갔다. 그 뒤 그들은 여호수아와 함께 요르단 강을 거의 같은 방식으로 건너갔다. 하느님은 당신의 사람들을 이끄시어 익숙한 자리를 떠나게 하시고, 건너갈 수 없을 곳을 건너가게 하셨다. 그들은 그렇게 약속의 땅, 풍요로운 땅, 생명의 땅으로 들어갔다. 같은 형식의 일이 반복된다. 이끄시고, 떠나고, 건너간다. 같은 하느님이시고 변하지 않는 분이시니 오늘 내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하늘나라는 용서하는 곳이다. 그래서 평화롭고, 풍요롭다. 만 탈렌트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빚을 단지 그가 불쌍하다는 이유만으로 탕감해줄 수 있는 부자들이 사는 곳이다.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부자는 돈 걱정하지 않고 언제나 후하게 베풀 수 있어 넉넉한 사람이다. 결국 부자는 그가 소유한 재물의 양이 아니라, 그가 베푸는 마음으로 결정된다.

 

수도원이든, 가정이든, 직장이든, 봉사단체든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것은 어렵다. 이해할 수 없고, 잊을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미움, 비난, 뒷담화로 나의 소중한 시간을 소모하고 나의 영혼을 황폐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런 나에게 하느님은 마음을 더 넓게 쓰라고, 후하게 베풀라고, 용서하라고 말씀하신다. 하느님의 초대는 도전이다. 도저히 건너갈 수 없는 이 미움과 마음의 불편함이라는 강 앞에 서 있다. 저 건너편으로 건너가고 싶다. 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

 

예수님은 죽음의 강을 건너가셨다. 당신을 조롱하고, 매질하고, 못질하는 이들을 용서해달라고 목숨을 걸고 청하셨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도 나는 그렇게 못한다. 그래도 부자가 되고 싶어 하니, 예수님께서 나를 건너게 해주시겠지. 갑자기 강물이 멈출지, 그 물이 둑이 되어 줄지, 아니면 그 물위를 유유히 걸어가게 될지 모르지만 건너가게 될 것이다. 그래도 이 두렵고 외로운 여행을 함께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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