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8월 22일 가난해지기

이종훈

822일 가난해지기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제자들은 놀라며 절망했다(마태 19,23-25). 아마도 부를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믿었고, 슬퍼하며 돌아갔던 반듯한 부자 청년의 모습에서 보았듯이 율법을 잘 지키려면 경제적인 것이 바탕이 되어 주어야힌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제자들의 그런 믿음은 오늘날에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고 모든 것을 버려서 가난하게 되어 그분을 따라나섰다. 자신의 모든 것을 그분에게 걸었고, 남은 인생을 그분에게 맡겼다. 그들은 철저하게 가난해졌기에 주님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와 하느님 사이의 관계이다. 절대적인 복종과 영원한 생명이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관계가 지닌 본질이다. 그 관계는 타협, 협상, 거래가 아니다.

 

하느님을 믿고 스스로 가난해진 이들은 남은 인생을 그분에게 맡겼다. 먹고 마시는 것부터 정서적인 욕구까지 모두 하느님께 맡겼다. 우리 죄의 뿌리는 무의식 안에 담겨 있는 정서적인 욕구 안에 있다. 그 정서적인 욕구가 그 뿌리를 너무나 단단히 붙잡고 있어서 도저히 뽑을 수 없다. 무리하게 뽑으려 하면 다른 좋은 것까지도 모두 뽑혀 나올 것이다. 그래서 남은 시간 동안 그런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부는 곧 힘이다. 부가 쌓여갈수록 그리고 힘이 세 질수록 하느님과는 점점 멀어진다. 그러면 복종과 영원한 생명은 병약하고 가난한 이들이 즐겨 찾는 심리적인 위안과 정서적인 진통제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성인들은 스스로 가난해졌다. 그들이 오늘날 부자들처럼 지식과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들은 부와 권력의 위험성을 보았고, 그 이전에 하느님과 함께 사는 기쁨 안에서 평화를 맛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는 도저히 뽑아낼 수 없는 죄의 뿌리를 안고 살아가는 가난한 죄인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수님,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먹을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던

주님의 말씀을 언제나 기억합니다.

그것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은

이러한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특별한 동물이라서

먹는 것 말고도 친구도 필요하고 정서적인 안정도 필요합니다.

먹고 마시는 욕구 때문에 죄를 짓는 적은 별로 없습니다.

그보다는 정서적인 욕구를 채우려고 하다가 자꾸 그릇된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것도 매 번 반복적으로 그렇게 됩니다.

 

주님을 믿고 스스로 가난해지면

이 모든 것을 채워주시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주님을 따른 일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 되어서

아무도 당신을 따라다니는 이들이 없을 겁니다.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주시겠다는 그 약속이

가족과 재산이 정말로 수백 배로 늘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을 바라지도 않을뿐더러, 상상만으로 끔찍한 일입니다.

주님은 내 정서적인 가난함이 목말라했던 그것보다

백배 더 좋은 것으로 채워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주셔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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