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8월 31일 그날

이종훈

831일 그날

 

모든 것은 그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면 시든다.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한데 사람만 이 진리를 애써 외면하려 하는 것 같다. “저희의 날수를 셀 줄 알도록 가르치소서. 저희가 슬기로운 마음을 얻으리이다(시편 90,12).” 내가 만들어지는 그 날에 나의 생의 날수는 이미 정해졌다. 아니 하느님이 정해놓으셨다. 나의 잘못으로 그 날수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단 1초도 늘릴 수는 없다.

 

우리에게 종말은 우울하거나 두려운 것이 아니다. 돈과 권력을 좋아하는 종교인들은 종말을 어둡고 두려운 것으로 소개하면서 이득을 취하지만, 처음부터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종말은 희망, 환희, 설렘이다. 하느님이 반드시 승리하셔서 세상 모든 악이 끝장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뜻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살면서 자주 넘어진다. 아니 거의 매일, 게다가 매번 똑같은 것에 걸려 넘어져 다치고 우울해져서 그날이 점점 두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하느님이셨던 예수님이 이 세상에 사시는 동안 죄인들, 병자들을 야단치신 적이 있었던가! 용서해달라고, 치유해달라고 청하지도 못할 정도로 기가 꺾인 이들의 마음을 먼저 읽어내시고, 그가 청하기도 전에 그의 죄를 용서하고 치유해주지 않으셨던가(마르 2,1-12). 그분이 나무라시고 실망하셨던 때는 따로 있었다. 제자들이 당신을 믿지 못하거나 믿음이 너무 약하다는 것을 발견하셨을 때였다.

 

우리가 청하는 것은 다 이루어지고, 성실하게 당신을 따르는 이들이 하는 일은 모두 잘 풀려나갔다면 믿음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따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매일 넘어지고, 열심히 살아도 잘 안 된다. 그래서 믿음이 필요하다. 이런 우리들, 곤경과 어려움 중에서도 하느님을 잊지 않고, 넘어져도 주님께 용서와 자비를 청하며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마지막 날까지 당신을 찾는 우리들을 하느님은 얼마나 예뻐하시고 대견해하실까? 그날, 그분은 이런 우리를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겨주실 것이다. 수고했다고, 애썼다고, 끝까지 믿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며 어깨를 두드려주시고 안아주실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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