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7일 고마운 선물

이종훈

9월 7일 고마운 선물

 

예수님은 베드로의 배를 잠깐 빌려 쓰셨다. 그 사용료나 보답이었을까? 아니면 가족을 위해서 밤새 고생했으나 물고기 한 마리도 못 잡은 그를 위로하시기 위함이었을까? 그에게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고기를 선사하셨다. 그런데 그것이 그의 인생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속된 말로 그가 예수님에게 낚인 것일까(루카 5,1-11)?

 

아니다. 예수님은 진실한 분이시니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셨을 리가 없다. 게다가 그분은 처음부터 당신의 세력을 만들려는 계획도 없었다. 배를 빌려 줄 고마움과 밤새 고생한 가장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선물을 주셨을 것이다. 게다가 당신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사셨기 때문에 그 직무가 어떤 것인지 잘 아셨는데, 어떻게 그 고귀한 직무를 버리라고 그를 꼬여낼 수 있겠는가? 예수님이 꼬여낸 것이 아니라 그가 선택한 것이다. 그는 그 선물에서 하느님의 기운을 느꼈고 그래서 두려워했다. 어떤 이들은 그저 놀라고 신기해하거나 두려워 도망가지만 그는 예수님을 따라갔다. 

 

베드로는 불성실한 가장이 아니었다. 장모의 심한 열병을 걱정하던 사람이었다. 가족을 위해 밤새도록 물고기를 잡으려고 애썼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알 수 없는 열망과 해소되지 않은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물고기 선물을 받고 그는 비로소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너무나 놀라고 떨려서 뜬금없지만 진실을 말해버린 것 같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그 순간, 즉 하느님 앞에 선 시간 또는 자신이 그것을 알아챘을 때에 자신의 알몸을 보게 된 것이다. 아무 것도 감출 수 없고, 도망갈 수도 없으니 하느님이 먼저 떠나가 주시기를 바라는 솔직한 마음이다. 

 

예수님은 그 순간 그의 갈증과 채워지지 않았던 그의 바람을 보셨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가장이라는 고귀한 직무를 다른 것으로 바꾸어주셨다. 그는 도망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직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그러니 주님께서 그가 떠난 자리를 대신해주셨을 것이다. 혼인과 수도생활은 분명히 다르지만 둘 다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다. 다른 것이지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있었을지도 모를 아내와 자녀들만큼 수도생활은 소중하고, 하느님께 봉헌될 만큼 가정은 소중하다. 오늘도 고마운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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