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12일 사도

이종훈

9월 12일 사도

 

예수님이 밤 새워 기도하시며 선택하신 사람들은 그리 유능한 사람들 같지는 않다. 스승의 마음을 잘 몰랐고, 결정적인 시기에 그분의 제자임을 부인했고, 스승을 팔아넘기기까지 했다. 나와 우리 공동체를 보아도 예수님께서 밤을 새워가며 기도하시고 고심한 보람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이렇게 산다. 그렇다고 뻔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똑똑하지도 않고, 유능하지도 않으며, 튼튼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왜 선택하셨는지는 오직 그분만 아시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을 파견하신다. 당신이 가시려는 곳으로 그들을 보내신다. 사람들은 예수님에게서 좋은 말씀도 듣고, 병도 고치고, 더러운 영의 지배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다(루카 6,18). 

 

좋은 말씀은 명강사나 좋은 책들에서 들을 수 있고, 병은 의사에게 가면 된다. 더러운 영은? 그것은 어찌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직무를 받은 사제들이 있다는 소리만 들었다. 물론 나는 아니고 나도 무섭다. 그럼 사람들은 수도자, 사제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아니 우리는 무엇을 해줄 수 있나? 

 

“군중은 모두 예수님께 손을 대려고 애를 썼다. 그분에게서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었기 때문이다(루카 6,19).” 그렇다, 우리는 그분의 춤 일뿐, 춤추는 분은 예수님이시다. 사람들은 나에게서 좋은 말씀도, 병의 치유도, 마귀를 쫓아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하느님에 대해 알려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오늘 하느님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해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예수님과 가까워야 한다.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분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사셨는지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 나와 내가 만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잘 들어야 한다. 하느님의 말씀이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고, 그것을 전한 나에게 고마워할 것이라는 바람은 버린다. 하느님의 말씀은 사람을 기쁘게도 하지만, 슬프게도 하고, 화나가게 하고, 고민스럽게도 하며, 지루하게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게 조용히 하고, 그분의 일을 방해하지 않게 한 발작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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