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14일(성 십자가) 참 맛

이종훈

9월 14일(성 십자가) 참 맛

 

몇 년 전 한 형제가 가져 온 특별한 달걀을 맛본 적이 있다. 그것은 방목하며 기른 닭이 낳은 것이었다. 그리고 늘 먹던 달걀을 먹었다. 너무 달랐다. 원래 달걀은 이 맛이 아님을 알아버렸다. 그 달걀을 먹어보지 못한 이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그는 그 맛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참 모습을 아는 걸까? 아는 사람이 있나?

 

십자가는 인간이 하느님을 살해했다는 증거이다. 그들은 왜 하느님을 그렇게 대했을까? 예수님의 죄명은 신성모독과 불온한 민중선동이지만 실제로는 그 당시 권력자들의 체제에 상당한 위험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만 하셨고, 권력기반도 없고 조직력도 없는 그분이 사회를 전복시키려고 하셨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그분의 존재를 매우 위협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자신의 것을 빼앗길 것 같았나보다. 

 

치료의 핵심은 정확한 진단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상처를 자세히 봐야 한다. 그것은 환자는 물론이고 의사에게도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이다. 그 상처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심리적이든 그것과 마주하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 없이는 치유와 해방은 없다. 

 

노예는 주인이 시키는 것만 한다. 기계처럼 하라는 것만 한다. 죄의 노예가 그렇다. 그냥 그런 상황이면 늘 그렇게 하고야 만다. 그리고 늘 괴로워한다. 내가 예수님시대에 살았더라면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하는 일에 적극 반대했을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랬을 것 같지 않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나도 그분을 위험한 사람이라고 여겼을 것 같다. 왜? 참 하느님을 모르니까. 

 

십자가는 우리의 죄를 보게 한다. 내가 하느님을 죽이는 일에 동의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러려고 그런 것은 아니다. 잘 몰라서 그랬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고 만 것이다. 이를 단죄하신다면 억울하지만 결과가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러나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시고 용서하신다. 믿기 어렵지만 믿으라고 하신다(요한 3,16-17).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기억하지 못하고, 죄 인줄 모르고 저지른 죄도 용서하신다. 너무 연약해서 매 번 부끄럽고 괴로워하면서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세상이 너무 복잡해서 과연 어떤 것이 하느님의 뜻인지 식별하기 어려우니, 하느님이 용서해주시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이것이 십자가가 사랑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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