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참 그리스도인(소화 데레사 대축일, 10월 1일)

참 그리스도인(소화 데레사 대축일, 10월 1일)

제자들이 예수님께 이렇게 물었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마태 18,1)?” 이런 질문을 하는 제자들을 세속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 힘을 갖고 싶은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또 신앙인이나 신앙이 없는 사람이나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 즉 세속적인 사람들을 불러 모아 예수님은 그들을 제자로 삼아 가르치셨습니다. 참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이고 참 사람이 되는 길이며 그리고 당신과 하나가 되는 길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런 생각을 지니고 있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 그들 가운데에 세우시며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마태 18,3-4).”고 대답하셨습니다. 오늘날 어린이는 아주 귀한 대접을 받지만 그 당시는 많이 달랐습니다. 게다가 정황을 생각해보면 그 어린이는 부모의 보살핌 없이 친구들과 놀고 있거나 우두커니 서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그 어린이는 존재감이 없는 작은 사람이었습니다. 가장 높고 강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묻는 제자들에게 스승은 존재감이 가장 없는 어린이와 같이 되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참 그리스도인, 참 사람이 되고 스승처럼 그리고 하느님처럼 되는 길은 작아져서 세상이 그를 찾아내지 못하는 작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가르치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 신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인 중에 한 분이신 아기 예수의 데레사(소화 데레사) 성인이 걸어갔던 길이 바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던 그 길이었습니다. 그 분은 ‘당신의 작은 딸은 언제나 아주 이름 없는, 모든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모래알로 남아 있어서 예수님만이 그를 보실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하십시오. 그는 점점 더 작아져서 무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가르치신 대로 그렇게 사셨습니다. 그 길은 소란 피우지 않고 그냥 조용히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아무도 알지 못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도 알아채지 못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선을 베풀 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조차 모르게 하라는(마태 6,3) 예수님의 가르침이 기억납니다. 주님만 나의 사랑과 희생을 아시면 그것으로 충분한 마음입니다. 이는 또한 이름조차 모르는 수많은 순교자들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은 세상에서 받지 못한 상까지 모두 챙겨주실 것이니까 그들이 받을 상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이어서 예수님은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마태 18,5).”라고 덧붙여 가르치셨습니다. 어린이는 몸집이 작은 사람이 아니라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고 또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여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들에게 다가가서 ‘세상 아무도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하느님은 그렇지 않으십니다.’라고 말해주라는 분부 같습니다. 결국 참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은 작은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보살피지만, 그런 선행이 철저히 감추어져서 오직 하느님만 아시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기쁨을 그 어떤 것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