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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10월 14일 행복의 조건

이종훈

10월 14일 행복의 조건

 

훌륭하다고 칭찬받는 자식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그런 칭찬을 받는 그 자녀보다 더 행복할 것 같다. 예수님을 지켜 본 한 여인이 그런 마음으로 외쳤다.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루카 11,27).” 그런데 예수님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28).”고 대답하셨다.

 

행복은 자랑스럽거나 뿌듯하거나 보람차고 만족스러운 느낌이 아닌가보다. 사실 엘리사벳도 예수님과 비슷한 말을 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주님의 어머니가 된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었기 때문에 주님의 어머니라고 불리게 된 것이고 그래서 행복하다는 증언이었다. 그의 남편 즈카리야는 시간이 지나면 그냥 이루어질 가브리엘 천사가 전해준 말을 의심해서 아내가 아들을 낳을 때까지 벙어리로 지내야 했었다(루카 1,20). 

 

그러고 보면 성모님이 어떻게 사셨는지 전해진 것이 거의 없다. 주님의 어머니셨으니까, 교회가 공경하는 분이시니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만큼 상상할 뿐이다. 사실 주님의 어머니, 하느님의 어머니는 훗날에 우리가 붙여드린 칭호이니까 그분이 무슨 여왕처럼 사셨던 것은 분명 아니다. 한 특별한 남자의 어머니요, 가정주부였다. 그래도 성모님이 행복하다고 하는 것은 한 사람으로서 하느님의 말씀을 대하는 그분의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이 대답이 그녀가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였고, 그분이 행복한 여인이라는 증거이다. 그 훌륭한 아들, 하느님의 아들의 죽음을 홀로 알고 그 십자가 아래 서 계셨다. 그분의 인생에서 그 아들 말고 다른 무엇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그 죽음을 막을 수 없어 한없이 고통스럽고 그 아들이 잉태되던 날 천사의 말을 의심하게 하는 유혹도 느끼셨을 것 같다. 그래도 인간은 결코 알 수 없는 하느님의 힘, 남자의 도움 없이도 아기를 잉태시키는 전능하신 하느님을 믿으셨다. 아니 믿으셔야 했을 것이다. 그것 말고는 그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었겠는가? 하느님이 인간의 손에 살해당하다니. 

 

행복은 어떤 지위에 오르거나, 무슨 업적을 남기거나, 재산을 풍족히 모으거나, 칭찬을 받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과 함께 내게 주어진 생을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다. 하느님 두려운 줄 알고, 자연의 원리에 순종하며 농사일로 굽은 허리로 오늘도 호미질을 하시는 어떤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의 마음은 경건하고, 그의 노동은 신성하다. 그래서 그는 행복하다. 누구는 농부로, 누구는 회사원으로, 누구는 학자로, 누구는 가정주부, 누구는 수도자로 살아간다. 어떤 신분이든, 어떤 일을 하던 자신 인생에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이들은 모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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