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사랑의 법 (연중 30주일, 10월 29일)

이종훈

사랑의 법 (연중 30주일, 10월 29)

 

한국에는 대략 200만 명 정도의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고그 중에 50만 명 정도가 단순 노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잘 아시다시피 그들은 주로 3D(Dirty더럽고, Dangerous위험하고, Difficult어려운업종에서 일합니다그들은 매달 수입의 2/3이상을 고향집으로 보냅니다그러니 그들 수중에는 한 달 기본 생활비만 들려 있는 셈이죠게다가 약 40% 정도는 미등록이주노동자즉 불법 체류자들이라서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합니다외국인 등록증이 있는 이들은 우리처럼 보험료를 매달 납부하면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습니다그러니까 그들이 중병이 걸리면 정말 난감한 상황이 되는 겁니다얼마 전 태국 대사관의 요청으로 지방 병원에 입원해 있는 태국인 노동자를 저희 평신도 협력자분들이 방문했었습니다환자는 식도파열로 입으로는 음식을 삼킬 수 없고 관을 만들어 음식물을 주입해주고 있는 상태였습니다그분은 2년 전에 한국에 입국했고물론 미등록자라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약 한 달 정도 입원해있었는데그 때까지 병원비가 35백만 원이 나왔다고 했습니다그러나 통장에는 2천원이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분은 이 땅에 아무데도 의지할 사람이 없습니다직장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지만 이런 현실에 자신을 드러낼만한 처지가 못 됩니다병원도 난감하고저희도 그랬습니다늘 이랬습니다그래도 복음서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루카 10,29-37) 같은 고마운 분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주셔서 이렇게 저렇게 병원비를 처리해주고 저희가 준비해놓은 돈으로 비행기를 태워 고향으로 돌려보내드리곤 합니다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해도 아직은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하느님은 정말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신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그들의 삶은 온통 불법이라 법적으로 도와 줄 길이 없습니다오직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길은 그들의 무지와 불법 행위 그리고 그것을 비난과 단죄를 넘어서 그런 그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따뜻한 마음에 호소하고 기대는 것뿐입니다오직 하느님이 우리 인간에게 심어주신 연민에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은 하느님이 주시는 법을 따라 사회체제를 안정시켜 나갔습니다그 중에 우리 눈을 번쩍 뜨게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규정이 있습니다. “너희는 이방인을 억압하거나 학대해서는 안 된다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다너희는 어떤 과부나 고아도 억눌러서는 안 된다너희가 그들을 억눌러 그들이 나에게 부르짖으면나는 그 부르짖음을 들어줄 것이다그러면 나는 분노를 터뜨려 칼로 너희를 죽이겠다그러면 너희 아내들은 과부가 되고너희 아들들은 고아가 될 것이다(탈출 22,20-23).” 과부와 고아는 기댈 곳 없고 도와주는 이 없는 이들입니다이방인들즉 이주노동자들도 같은 처지입니다저희 협력자 형제가 그 환자를 방문해서 서툰 태국말로 인사하고 안부를 묻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답니다자신의 몸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며 무슨 약을 넣는 것인지도 모른 채로 한 달 동안 말 한 마디도 못한 채로 벙어리 신세가 되었으니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아저씨들이 자기나라말로 인사하고 안부를 물으니 얼마나 반가웠겠습니까사실 우리 협력자분들은 태국말을 그렇게 유창하게 하지는 못하십니다그렇지만그 태국인 환자에게 그분들은 구세주 같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 환자가 그랬다고 합니다천주교 신자는 생전 처음 만났다고그 태국분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아니진짜로 우리 모두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사실그리스도인들의 본질은 사랑입니다온 마음목숨정신을 다해 한 분이신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을 대하듯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마태 22,37-40). 모든 교리와교회법교회 제도가 이 사랑의 법을 위하여 있습니다그것들 안에서 사랑이 빠지면 교리와 제도는 딱한 처지에 놓인 이들과 숨 막히는 장벽 쌓고 무관심을 합리화하는 나쁜 도구가 될 것입니다예수님을 시험하려고 질문했던 바리사이파 율법학자에게 이웃은 같은 동족 유다인이었습니다그러나 예수님이 생각하시던 이웃은 그 때부터 이미 민족이념의 경계를 넘어섰습니다이주노동자는 우리가 좋은 이웃과 친구가 되어주어야 할 한 부류일 뿐입니다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두 개가 아닙니다눈에 보이는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1요한 4,20) 그런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쉽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 것입니다그러니 그것은 사랑도 아니고그 사람 안에는 하느님의 계실 리가 없습니다사랑 안에는 법이 필요 없습니다사랑 그 자체가 법이기 때문입니다그 법에 따라 사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우리 가톨릭 교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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