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3일 더 넓고 밝은 세상으로

이종훈

113일 더 넓고 밝은 세상으로

 

어렸을 때 동네에 우물이 있었다. 두레박을 물을 길어 시원하게 마시곤 하였는데 그럴 때마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신기했지만 무섭기도 했다. ‘저 안에 빠지면 어쩌나하는 상상을 하면 등이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린 나의 눈에 우물은 굉장히 깊어 보였고, 누군가 밖에서 꺼내주지 않으면 결코 거기서 빠져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예수님에게 병자는 우물에 빠진 이들과 같았던 것 같다. 그들은 차가운 우물 속에 빠져 폐쇄되고 어두운 공간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두려워 떨며 거기서 빼내달라고 소리치는 사람과 같았다(루카 14,5). 세상 어느 누가 그런 상황을 두고 그냥 지나치겠는가? 설령 그가 원수라고해도 일단 구해놓고 복수를 해도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냥 지나치게 만드는 일이 생긴다. 그것은 바로 완고함때문이다. 철저함이 지나쳐 완고함으로 변질될 때 그런 일이 벌어진다. 자신이 알고 믿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율법을 철저히 지키고 좋아하는 사람을 끝까지 좋아하는 것이 어찌 잘못이겠는가? 그런데도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율법에 담긴 의미와 그것을 철저하게 지키는 이유를 모르거나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했던 그도 연약한 사람이라서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러면 자신이 우스운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일까? 그 율법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잊어버리거나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그 이유도 모르고 기계적으로 그렇게 따라 하기 때문에 마음이 완고해지는 것 같다.

 

예수님께 예수님을 함정에 빠뜨려 고발하려는 그 바리사이들이야말로 정말로 우물에 빠진 사람들이었을 것 같다. 마음이 완고해져 철저함과 충성이라는 좁은 우물에 빠져 그 밖 넓고 밝은 세상을 보지 못한다. 게다가 구해달라고 도움을 청하지도 않는다그런 걸 보면 그들은 자신이 우물에 빠져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그런데 만일 그의 자식이 우물에 빠져 허우적거려도 그럴까? 그럴 리가 없다. 안식일이고 율법이고 충성이고 뭐고 상관없이 당장 그를 구해낼 것이다.그런데 과연 나는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볼 입장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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