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7일 하느님

이종훈

117일 하느님

 

몸이 아프면 의사를 찾아가고, 생활이 혼란스러우면 상담사나 심리치료사를 찾아간다. 돈이 필요하면 일터나 은행에 간다. 외로우면 친구나 연인을 찾는다. 젊은이 대다수가 종교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단다. 독실한 신자 부모들도 이제는 더 이상 강제로 자녀들을 성당으로 보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면 하느님은 누가, 언제 찾는가? 사제나 수도자는 세상에 필요한 존재인가?

 

어렸을 때 부모는 거의 하느님이다. 그분들은 나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고, 그분들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성장한 자녀들은 더 이상 부모를 필요로 하지 않고, 찾지도 않는다. 그래도 부모는 살아계셔야 한다. 필요 없어도 어딘가에 살아계셔야 한다. 그것은 단지 마음의 고향 같은 존재여서만은 아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정말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고, 편리해졌고 소통도 쉬워졌다. 그런데 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을까? 그렇다, 삶이란 물질적인 것이 아니다. 풍요, 편리가 삶의 목적이 아닌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 시대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루카 14,18-20). 하느님이 세상에 오셨지만 사람들은 그분을 외면하고 자신의 삶에서 그분을 밀어냈다.

 

살기 위해 집을 사고, 일터로 나가고, 결혼하는 것을 누가 비난하겠는가? 집을 구해달라고, 좋은 직장을 마련해달라고, 마땅한 배우자를 만나게 해주시고 자녀들이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는가? 이런 청원들이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일 리가 없다. 우리는 살아야 하니까. 하느님이 이 모든 일을 해결해주실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설령 그렇게 하실 수 없다고 해도 그분은 살아계신다. 갈 길을 잃어버리고 마음이 꺾여(마태 9,36) 더 이상 일어나 걸어갈 수 없을 때 사랑하는 이의 따뜻한 목소리만으로도, 아니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풀린 다리에 힘이 생기는 것처럼, 하느님은 그런 분이시다.

 

종교가 필요 없는 조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하느님을 찾는 마음은 세상 마지막 날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종교는 없어져도 하느님을 찾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사제라는 신분은 사라질지 모르나 하느님과 사람을 이어주고 마음이 부서진 이를 싸매주는 사제 직무는 사람이 사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하느님을 사랑해서 자신을 하느님께 드린 수도자들도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에서 필요 없는 존재여도 그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하느님이 살아계심을 증언하기 때문이고, 그들을 본 모든 사람들의 마음 안에 하느님의 영이 살아계심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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