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영의 불꽃이 꺼지지 않게(연중 32주일, 11월 12일)

이종훈

영의 불꽃이 꺼지지 않게(연중 32주일, 11월 12)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복권 당첨으로 졸지에 부자가 되는 것 말고는 세상을 읽을 줄 알아야 재물을 많이 모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사람들의 관심사와 요구세상이 움직여가는 곳을 미리 알고 제품을 만들거나 그 사업에 투자합니다마치 물고기가 모이는 곳을 알고 그곳에 그물을 쳐놓고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지혜란 그런 것 같습니다세상을 내다볼 줄 아는 것더 나아가 그 끝이 어떻게 되는 지 아는 것입니다그것은 천리안이나 환시를 보는 능력은 아닐 겁니다그것은 삶을 진지하고 진솔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라서 삶의 경험이 많을수록 그 지혜는 깊어지고 넓어질 것 같습니다그래서 흰머리는 지혜의 상징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세상을 읽을 줄 알면 바로 지금부터 미래에 사람들이 찾게 될 제품을 만드는 것처럼 생의 마지막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는 사람은 오늘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압니다.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이 다가오면서 종말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듣게 됩니다세상을 읽을 줄은 잘 모르지만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생의 끝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아주 잘 압니다진리는 뻔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납니다그렇습니다진리는 아주 단순하고 또 당연한 것입니다그 중 하나가 언제나 우리 모두 죽고하느님 앞에 서서 자신의 모든 삶에 대한 셈을 한다는 것입니다종말을 생각하면 어둡고 우울해질 것 같지만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그 당연한 사실을 부정하고 거부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둡고 우울해집니다죽음과 심판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때 오늘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명확해집니다.

 

지혜는 삶의 어려움을 푸는 묘책이나 재물을 모으는 능력이 아닙니다그것은 우리 삶의 끝을 알아 오늘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아는 것입니다. “지혜는 바래지지 않고 늘 빛이 나서 그를 사랑하는 이들은 쉽게 알아보고 그를 찾는 이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고자기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미리 다가가 자기를 알아보게 해 줍니다(지혜 6,12-13).” 그 지혜를 지닌 사람들은 슬기로운 처녀들(마태 25,1-13)’처럼 삽니다그날까지 자신의 등불이 꺼지지 않게 기름도 준비합니다잠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등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지혜입니다선행으로 영혼을 더 넓게 하고용서로 더 깊게 하여 더 맑은 영혼으로 빛나야 하겠습니다그 날은 반드시 오는데 그것을 억지로 잊으려고 했던 이들은 기름을 준비하지 않아 등불을 꺼트린 어리석은 처녀와 같습니다그런 사람들에게 하느님과 결합하는 혼인잔칫집의 문은 닫힐 것입니다그리고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마태 25,12).’는 하느님의 차가운 말씀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듣게 될 것입니다정말 두렵고 끔찍한 일입니다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루카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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