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16일 믿고 속할 곳

이종훈

1116일 믿고 속할 곳

 

주님, 어제 작년에 이어 또 땅이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정말 무섭고 두려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우리나라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땅 위에 있어서 안전하다고 배웠는데,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그 말만 믿고 집도 짓고 원전도 지었는데 걱정입니다. ‘과학적이라고 하면 무조건 진리라고 믿었고, 신문에 보도된 내용은 무조건 다 사실이라고 믿었는데 이제는 믿지 못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상 믿을 것이 없네요. 약속을 어기는 사람도 많고, 뜨겁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식어 때로는 증오로 바뀌기도 하고, 죽는 날까지 수도원에서 살겠다고 맹세한 사람들도 이곳을 떠납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란 본시 그렇게 연약하고 저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을 테니까요.

 

믿고 싶고, 나를 온전히 맡겨 완전하게 속하고 싶은 데 그렇게 믿고 맡길만한 곳이 없네요, 이 세상에는. 주님만이 그럴만한 분이라고 알고 있고 또 주님 편에 서서 살아가고 싶은데, 제가 주님 편에 서 있고 주님께 속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주님 편이 어디이고, 제가 거기에 속해 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둘러보니 주님은 저기 십자가 위에 계시네요. 박해받음이 주님 편에 서 있다는 일차적인 증거가 될 수 있겠군요. 그런데 그것은 원수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거기에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을 미워하지 않으면 그것에 보완이 될 것 같습니다. 나를 박해하는 이들을 미워하지 않고 존중하고, 그것을 넘어 그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좋아하려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요? 주님처럼요.

 

아니군요! 주님은 처음부터 그들을 좋아하고 사랑하셨겠군요. 저와는 정말 많이 다르셨네요. 아니 지금도 저들을 사랑하시겠죠? 그 점이 참 맘에 안 듭니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도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 가끔 생겨서 혼란스럽습니다. 미워하고 벌을 주어야 좋을 것 같은데, 그게 그런 게 아닌가봅니다. 제가 서 있는 마음의 땅도 지진이 일어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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