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사랑, 지도자와 심판의 기준(그리스도 왕 대축일, 11월 26일)

이종훈

사랑지도자와 심판의 기준(그리스도 왕 대축일, 11월 26)

 

요즘 뉴스를 통해 정치인들의 소식을 들으면 이제는 화도 나지 않습니다그냥 허탈하고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옵니다저런 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따르겠나하는 생각이 듭니다그리고 성직자들의 비리와 그들의 불성실함에 대해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사실 성인들과 역사적인 위인들 말고는 지도자들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구약과 복음서 안에서도 사제와 지도자들이 그들의 불성실함 때문에 하느님께 꾸지람과 야단맞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그들에게 당신의 양떼들을 맡겼지만 그들은 당신 마음처럼 양떼를 잘 돌보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당신이 직접 백성들을 다스리시기로 하셨던 것 같습니다. “나 이제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자기 가축이 흩어진 양 떼 가운데에 있을 때목자가 그 가축을 보살피듯나도 내 양 떼를 보살피겠다캄캄한 구름의 날에흩어진 그 모든 곳에서 내 양 떼를 구해 내겠다내가 몸소 내 양 떼를 먹이고내가 몸소 그들을 누워 쉬게 하겠다주 하느님의 말이다(에제 34,11-12.15).” 그분이 예수님이십니다예수님은 사람들을 참 좋아하시고 우리들의 삶에 관심이 참 많으셨습니다그분은 우리들이 사는 모습을 하늘에서 팔짱 끼고 내려다보지 않으시고 우리와 함께 사셨습니다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에 함께 하셨습니다우리들의 갈등과 고민두려움과 불안기쁨과 희망이 무엇인지 아셨을 겁니다그분은 우리들의 겉모습만 보시고 단죄하지 않으시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고 또 매번 그렇게 돼버려서 괴로워하는 우리의 마음을 읽으셨습니다이런 분이 우리의 스승이고지도자이고주님이어서 참 좋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십니다(히브 4,15).”

 

그러고 보면 성인과 성군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감동받고 마음이 끌리는 부분은 그들의 놀라운 능력과 위대한 업적보다는 작은이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일반 신자들과 가장 작은이들과 어울리시는 소탈한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고 친근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합니다추기경 시절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시는 모습교황으로 선출이 된 후에 작은 방으로 당신의 숙소를 옮기시고고해소에서 우리들처럼 고해성사를 받는 모습 등이 그런 것들입니다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감동을 주는 모습은 역시 당신 생일에 노숙자들을 초대해서 그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식사하셨던 것입니다그분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집을 마련해주지도 못했습니다아마 용돈이나 조금 나누어주시는 것이 그들을 위해서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전부였을 것 같습니다교황님의 생일초대를 받았던 분들이 어땠을지 모르지만그 모습을 본 우리들은 마음이 푸근해지고 따뜻해집니다그리고 저분이 우리 목자라는 사실에 뿌듯해지고 평화를 체험합니다.

 

그렇습니다우리가 바라는 지도자는 저런 모습인 것 같습니다언뜻 생각하면 내가 바라는 지도자는 강하고 나에게 이롭게 일하는 사람일 것 같지만정작 자신의 마음에 물어보면 그는 겸손하고소탈하며가장 작은이들을 보살피는 사람이기를 바랍니다일을 잘 못하면 속상하고 밉지만 그런 그의 품성과 행동을 보면 마음이 누그러집니다그리고 일은 잘 못해 불편하겠지만 그를 믿고 따를 수 있습니다우리의 진정한 지도자와 임금님은 예수님이십니다그분은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분이십니다입법사법행정 등 모든 권한이 그분께 속해 있습니다법을 만들어 주셨고그 법을 잘 따르도록 이끌어주시며나중에 심판도 하실 겁니다이 모든 것은 사랑으로 요약됩니다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심판 받습니다.

 

심판의 기준은 무죄한 삶이 아니라 사랑의 삶입니다누구나 그분 안에서는 무죄한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예수님 오른 쪽 십자가에 달렸던 도둑은 한 번의 통회와 회개로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훔치듯이 주님과 함께 거기로 들어가지 않았습니까?(루카 23,43) 그렇게 무죄한 상태가 된 이들 중 당신 오른 쪽과 왼쪽 있는 이들 모두에게 지루할 정도로 똑같은 내용의 판결문을 읽어주십니다그 내용은 한 마디로 가장 작은이들을 사랑했느냐 사랑하지 않았느냐 입니다이렇게 사랑으로 심판하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36).” 그분을 임금으로 모시는 우리는 당분간 이 땅에 살아야하지만 마음은 하늘나라의 시민으로 살아갑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번호 제목 날짜
1793 [이종훈] 다해 12월 31일 주님의 천막(+MP3) 2021-12-31
1792 [이종훈] 다해 12월 30일 속량(贖良)된 백성(+MP3) 2021-12-30
1791 [이종훈] 다해 12월 29일 하느님 안에 머무르기(+MP3) 2021-12-29
1790 [이종훈] 다해 12월 28일(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하느님의 작은 사람들(+MP3) 2021-12-28
1789 [이종훈] 다해 12월 27일(사도 요한 축일) 신적인 친밀감(+MP3) 2021-12-28
1788 [이종훈] 다해 12월 26일(성가정 축일) 사랑수련(+MP3) 2021-12-26
1787 [이종훈] 다해 12월 25일(성탄새벽미사) 하느님 마음에 드는(+MP3) 2021-12-25
1786 [이종훈] 다해 12월 24일 하느님이 일하시는 것을 보려면(+MP3) 2021-12-24
1785 [이종훈] 다해 12월 23일 엘리사벳(+MP3) 2021-12-23
1784 [이종훈] 다해 12월 22일 하느님의 세상으로(+MP3) 2021-12-22
1783 [이종훈] 다해 12월 21일 뜻밖의 선물(+MP3) 2021-12-21
1782 [이종훈] 다해 12월 20일 믿고 신뢰하게 하는 환경(+MP3) 2021-12-20
1781 [이종훈] 다해 12월 19일(대림 제4주일) 사제직을 위한 육체(+MP3) 2021-12-19
1780 [이종훈] 다해 12월 18일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MP3) 2021-12-18
1779 [이종훈] 다해 12월 17일 믿음으로 읽는 역사(+MP3) 2021-12-17
1778 [이종훈] 다해 12월16일 남는 것은 사랑 뿐(+MP3) 2021-12-16
1777 [이종훈] 나해 12월 15일 나의 행복 하느님의 뜻(+MP3) 2021-12-15
1776 [이종훈] 나해 12월 14일(십자가의 성 요한 기념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MP3) 2021-12-14
1775 [이종훈] 나해 12월 13일(성 루치아 기념일) 회심(+MP3) 2021-12-13
1774 [이종훈] 12월 12일(대림 제3주일 자선주일) 기쁨과 감사(+MP3) 202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