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12월 2일 마음이 물러지지 않게

기도는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나 신명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일상에서 언제나 뒷자리로 밀려난다. 기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기도는 호흡과 같다’고 말하고 ‘기도하고 일하라’는 성인의 가르침도 있고, 오죽하면 하루 일과표에 기도시간이 있을까? ‘시간 날 때 기도해야지.’라고 마음먹었다면 그에게 기도할 시간은 거의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해야 할 일, 해결해야 할 문제, 결정해야 할 것들이 언제나 나를 기다린다. 그래서 생각, 의논, 고민해야 한다. 이런 일상의 근심들이 내 마음을 물러지게 한다(루카 21, 34). 그렇다고 일상의 근심들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고, 또 기도가 이 모든 일들의 해결책이나 묘책과 비방을 찾아내는 시간도 아니다.

그래도 기도한다. 해야 하는 일들을 능률적이고 효과적이게 잘 처리하고, 올바른 판단과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서가 아니다. 그것들을 대하는 내 마음이 물러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죄스러운 이 마음을 참되고 선하신 하느님의 마음 안으로 맞춰 넣기 위해서이다. 본시 인간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 자기에게 이로운 것을 좋고 올바른 결정이라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하느님과 가까워질수록 결정과 판단이 쉬워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더 복잡해져서 아니라, 십자가를 져야하고 그 위에서 반대와 비판 그리고 비난을 받아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질 것 같기 때문이다. 하느님과 함께 하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예수님은 그와 함께 계시지 못할 것이다. 그건 일을 망치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