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12월 11일 전사 하느님

12월 11일 전사 하느님

우리 하느님은 전쟁하시는 하느님이시고, 언제나 승리하신다. 영적 전쟁과 윤리적 선택에서 거의 언제나 패배하는 우리를 대신해서 싸워주신다.

우리의 적은 이기심과 차갑고 교만한 마음이다. 그것들이 우리를 병들게 하고 손과 발을 오그라들게 해서 이웃을 향해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적군은 합법성, 합리성, 효율성의 탈을 쓴 무관심과 이기심이다.

사랑은 공감하게해서 이웃의 고통을 전해준다. 그것은 나에서 너로 넘어가는 통로요 다리이며 동시에 이기심의 감옥에서 나오는 탈출구가 된다. 예수님은 들것에 실려 온 그 중풍병자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묻지 않으셨다. 그분은 그를 보자마자 즉시 그의 수치심, 절망, 고통에 하나가 되셨다. 그러니 즉시 그를 일어나 걷게 하지 않으실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그를 지켜 본 다른 이들의 완고하고 차가운 마음도 읽어 들이셨다. 그들도 사랑하셨다.

살아가면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좋은 선생님이나 훌륭한 지도자가 아니라, 실패하고 지치고 배고픈 나에게 말없이 따뜻한 밥을 차려 주시는 어머니다. 그분은 말하지 못하고 청할 기운도 없을 만큼 지치고 배고픈 나를 아신다. 예수님은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그런 일을 할 수 없는데 그런 법과 계명을 주셨을 리가 없다. 사랑과 용서의 전쟁터에서 하느님은 오늘도 나대신 싸워주실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분을 부르지 않으면 그분도 싸우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