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고백 (연중 3주일, 1월 21일)

이종훈

 

고백 (연중 3주일, 1월 21일)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예수님의 첫 설교이자 당신 삶이 세상에 선포하는 내용의 요약입니다우리가 하느님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십니다세상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모든 사람을 부르십니다그래서 어떤 특정한 장소와 문화 안에서만 하느님의 이 부르심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모든 사람이 이 부르심에 즉각적으로 응답하지는 않지만그것에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회개즉 삶을 바꾸려고 노력합니다회개는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것을 대하는 마음의 태도 그리고 그 목적을 바꾸는 것인데예수님이 그것의 모범입니다그리고 전적으로 예수님의 삶을 따라 사는 사람이 수도자이고 선교사입니다.

 

저희 수도원은 일반 주거지역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창문을 열고 지내는 때면 옆집에서 TV소리웃고 떠들고 때로는 언성을 높여 다투는 소리 등 모든 소리를 듣을 수 있습니다이런 환경이 기대했던 수도원 모습과는 달라서 실망스러웠던 때도 있었습니다그런데 예수님이 산 속에서 홀로 수도생활을 하신 것이 아니라 곳곳을 다니시면서 사람들과 어울리시고 그 가운데서 복음을 전하셨습니다그러니 그 일을 이어가는 제자들이 동네 한 가운데에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계심을 증언하는 셈이 되었습니다.

 

동네에 사는 교우들은 수도원 앞을 지나다가 건물 한 가운데에 걸려 있는 예수님 상을 보고 절을 하고 잠시 눈을 감고 기도하십니다교우들이 이 건물 안에 사는 저희를 보고 절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면서도 그 모습을 볼 때는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고 부끄러워집니다그것은 아마도 이 건물 안에 사는 저희가 주님의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범죄 집단보다는 수도원에 마귀가 훨씬 많다는 말이 있습니다그것은 수도자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려는 마음을 혼란스럽게 해야 하기 때문이랍니다혼란스럽고 부족하며 심지어 주님의 이 일을 이어가기에 부당해보이기까지 한데도 어떻게 해서든지 그분의 뒤를 잘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저희들을 주님께서 예쁘게 보아주시기를 바랍니다아니 주님의 너그러우신 마음과 자비를 믿지 않으면 선교사들과 수도자들은 희망이 없습니다그러고 보면 부족함과 세상의 고발과 비난에도 끝까지 이렇게 살려는 노력이 세상에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역설적으로 증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이런 철부지 같은 사람들을 통해서도 복음을 전하실 수 있는 하느님의 전능하심과 사랑이 선포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동네 주민들과 함께 살지만 다르게 삽니다결혼도 하지 않는 어른남자들이 모여 뒤죽박죽 얼키설키 우당탕탕 살아갑니다저희는 2천 년 전 우리 스승이시며 주님이시고 큰 형님이자 친구이신 예수님이 하셨던 그 일을 오늘도 이어갑니다저희의 삶은 엉망진창일지언정 저희를 부르시고 파견하시는 주님은 한결같으십니다그리고 그분은 말씀은 진리입니다저희는 오직 주님과 그분의 말씀에서만 구원의 희망을 발견합니다세상 한 가운데에 살면서도 이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처럼 살려고 노력합니다세상과 삶의 의미와 목적을 바꾸려고 오늘도 노력합니다매일 옛 자신을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라는 새로운 사람으로 갈아입습니다사랑하는 아내와 자신을 닮은 아이들과 사는 삶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소중한 것들을 받으신 하느님께서는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좋은 것을 주시리라 믿습니다그리고 그런 바람을 갖고하느님을 신뢰하며예수님처럼 세상을 사랑하려는 저희의 노력을 통해서 사랑의 하느님께서 살아계심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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