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1월 29일 큰 대가를 기억함

1월 29일 큰 대가를 기억함

죄는 관계를 단절시킨다. 하느님과 나의 관계, 공동체와 나 그리고 내 안에도 분열을 일으킨다. 마르코 복음서에 등장하는 군대처럼 많은 악령에 시달리던 그 사람은 하느님과는 물론이고 공동체 안에서 살 수 없었고, 자기 자신마저 학대하며 살았다(마르 5,3-5).

반면에 예수님은 모든 것을 회복시키신다. 자기 자신마저 학대하고 저주하는 사람에게 누가 다가갈 수 있었겠나? 어떤 누가 그를 회복시켜줄 수 있었겠는가? 그를 그렇게 만든 더러운 영들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예수님을 저지하려했다(마르 5,7). 거짓의 극치인 것 같다. 그들이 어떻게 하느님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단 말인가? 뜻은 모르고 외국어를 읽듯 그들은 그렇게 하느님의 이름을 불렀을 것이다. 예수님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로 부르신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게 하느님을 부르는 예수님의 청을 그분은 모두 들어주셨다. 우리도 예수님을 따라 하느님을 그렇게 부른다. 타는 목마름으로, 지극한 사랑과 고마운 마음으로 그분을 부른다. 그러면 그분은 그 즉시 나를 차지하신다. 끊어졌던 관계는 그렇게 회복된다. 분열되었던 나는 그렇게 온전해진다.

그런데 그 관계의 회복의 대가는 너무 컸다. 돼지 이천 마리. 그것은 지금도 큰 대가이다. 예수님은 그것이 당신을 마을 입구에서 쫓겨나게 할 줄은 예상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 더러운 영이 교묘한 방법으로 예수님을 막았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 대신 그 큰 대가를 치르고 회복된 그가 거기에 남았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로 예수님을 증언하였을 것이다. 다시 관계가 자주 끊어지기도 했었겠지만, 그 큰 대가를 치른 생생한 기억을 지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돼지 이천 마리가 아무리 큰 대가라고 해도 하느님의 죽음보다 클 수는 없다. 이것을 기억하는 한 무서울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