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치유(연중 5주일, 2월 4일)

이종훈

 

치유(연중 5주일, 2월 4)

 

얼마 전 수녀님들 연례피정 봉사를 하던 중에 허리를 삐끗해서 며칠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가끔 있는 일이지만 그럴 때마다 정말 불편하고 고통스럽습니다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마침 수녀원 사제관에서 기거하고 있어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습니다참으로 난감했습니다아프지 않는 방향으로 이리저리 해서 간신히 일어나 앉을 수 있었습니다드디어 잠자리에서 일어났다는 성공의 기쁨보다는 이런 현실에 속이 상하고 지난 며칠 열심히 일한 보답이 이것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며 우울해지기도 했습니다하지만 장애를 가지고 생활해야 하는 분들과 연로한 탓에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제대로 할 수 없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장애늙음은 사람을 가난하게 만듭니다가난하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합니다그래서 우리는 함께 삽니다이런 것들로 인한 육체적인 아픔과 불편함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그로 인한 우울감과 서러움 혹은 자괴감이 더 큰 고통입니다어려움과 고통도 지속적인 위로와 격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지내주는 진정한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는 그 시간들을 견딜 만합니다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작은 고통과 시련에도 마음이 무너지고 우울감과 서러움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어쩌면 치유는 육체가 튼튼해지거나 온전해지는 것보다는 그런 자신의 현실을 긍정수용하면서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을 때 사람들은 예수님께 그 부인의 사정을 알려주었습니다(마르 1,30). 단순히 그녀의 증상만을 말씀드렸다기보다는 그녀가 최근에 겪은 일이나 일상생활 혹은 그녀의 인생사를 말씀드렸을 것 같습니다마치 우리가 병에 걸리면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지 뒤돌아보는 것처럼 그녀를 대신해서 사람들이 예수님께 말씀드렸을 것 같습니다복음서에는 예수님이 그 부인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고 아주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지만(31), 그것보다는 예수님은 그 부인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들으시며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셨을 것 같습니다예수님은 환자들을 만나지도 않고 치유하실 수 있으셨지만 그분은 그 부인에게 다가가셔서 손을 잡으셨습니다그분은 그녀의 마음을 읽고 어루만지며 공감하고 위로하고 격려하시면서 그녀의 지난 시간의 의미를 재해석시켜주셨을 것 같습니다그렇다고 무슨 토론을 했을 것 같지는 않고그저 계속 고개를 끄덕끄덕 하시거나몇 마디 말씀만으로 충분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셨군요당신 덕에 식구들이 저렇게 잘 지내고 있네요고맙습니다시간이 지나면 그들도 알게 될 겁니다아버지 하느님께서 꼭 다 갚아 주실 겁니다.’

 

그리고 그 부인은 일어나서 제 자리로 다시 돌아가 예수님을 비롯한 손님들의 시중을 들었습니다그것은 똑같은 일상이지만 다른 마음이었을 겁니다그 이후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 몰려 왔습니다그 때는 해가 진 저녁이었습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일터에서 하루 일과를 마친 시간입니다우리들은 하루를 지내면서 이러저러한 사건들로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받고 그것들은 고스란히 우리 육체에 짐으로 남습니다그리고 그것들은 육체적 병이 되기도 합니다따라서 치유는 마음의 병을 다스려야 합니다마음이 다스려지면 육체적 질병도 시련과 고통도 견딜만한 것들이 됩니다어쩌면 시몬의 장모는 열이 다 가시지 않았는데도 기쁜 마음으로 손님들의 시중을 들었고 그러는 사이 열이 다 가셨을지도 모릅니다또 어쩌면 그러고 밤새 또 아팠을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예수님과 대화했던 내용들그분이 하셨던 몇 마디 말들을 기억하며 그 시간들을 견디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는 치유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마르 1,37). 하지만 예수님은 다른 동네를 찾아 떠나가셨습니다다른 병자들을 내버려두고 매정하게 떠나가신 것처럼 보입니다그분은 그들을 내버려두신 것이 아니라 그 부인과 예수님께 치유를 받은 다른 이들에게 맡기셨습니다그들은 치유를 체험했고예수님의 작은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습니다예수님께서 어떻게 자신들을 그리고 다른 이웃들을 대하셨는지 직접 듣고 보았습니다이제 그들도 예수님처럼 그렇게 하면 됐던 것입니다예수님이 환자들 만나지도 않고 치유하셨던 것처럼그들이 예수님을 기억하며 그대로 하면 그들도 똑같이 치유 받을 것입니다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병장애가 있어도 우울하지 않고늙어가도 서글퍼지지 않습니다우리들이 세상에 있는 한 예수님도 우리와 함께 계셔서 그 날 시몬의 장모의 손을 잡아 일으키셨듯이 오늘도 우리를 통해 그렇게 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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