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분리와 포용(연중 6주일, 2월 11일)

이종훈

분리와 포용(연중 6주일, 211)

 

사람에게 질병은 확실한 고통입니다.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공동체에서 소외되는 외로움도 그에 못지않게 큰 고통입니다. 아무리 좋은 병원시설 안에서 가족이나 간병인의 위로를 받아도 육체적 고통과 불편함은 온전히 혼자서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좋든 싫든 공동체 안에서 사는 것이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알고 그 시간들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구약시대에 못된 피부병에 걸린 환자들을 대하는 규정은 정말 철저하고 가혹하기까지 합니다. 공동체에서 분리시킴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자신을 아주 추하게 보이게 합니다(레위 13, 45-46).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주셨다고 믿고 싶지 않은 규정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 의술 수준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니 피부병이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전염되지 않게 그를 격리시킴이 최선이었을 겁니다.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온전한 공동체, 좋은 공동체, 당신의 공동체를 만들고 보호하시려는 하느님의 숨은 뜻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전염병을 앓는 사람은 공동체에서 격리되어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상식입니다. 전염병뿐만 아니라 이웃을 힘들게 하고 그 공동체가 지향하는 삶을 방해하는 사람들도 그래야할 겁니다. 그런데 만일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분리시키다보면 나중에는 한두 사람, 아니 결국 한 사람만 남고 그 공동체는 사라지게 될 겁니다. 그렇습니다, 분리는 근본적인 치유가 아닙니다. 진정한 치유는 포용입니다. 예수님은 나병으로 공동체에서 분리된 한 사람을 깊은 연민으로 대하시며 다시 가족의 품으로, 친구와 이웃들 안으로 돌려 보내주셨습니다(마르 1,44). 그는 육체적인 병뿐만 아니라 지독한 소외와 외로움의 고통에서 해방되었습니다. 그렇게 그 가족과 공동체는 잃었던 형제자매 하나를 다시 얻어 더 튼튼하여졌습니다.

 

치유는 포용이지만 분리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포용은 단순한 흡수와는 같지 않습니다. 공동체에 해가 되는 생각과 마음들은 냉철하게 식별해서 공동체에서 격리시켜야 합니다. 그 후에 그런 생각, 마음, 습관을 지닌 그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과정임은 많은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그 노력을 결코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매일 하느님의 자비를 입어 공동체 안에서 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만 탈렌트의 빚을 탕감 해주신 분의 뜻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마태 18,33). 평화를 이루는 과정이 지난한 것처럼 공동체에서 분리되어야 하는 한 사람을 포용하는 과정도 또한 그러합니다. 그리고 그가 겪는 괴로움과 외로움까지도 생각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 각자는 자신이 얼마나 크게 용서받았고 어떻게 공동체에서 포용되었는지 깨닫게 되고, 그것은 참으로 은혜로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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